[이슈분석]출구없는 투자증가, 투자생태계가 무너진다

활기 잃은 코스닥, 코넥스

올해 신규 벤처투자는 1조5000억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할 전망이다. 연초 예상보다 2000억원 이상 늘어난 수치다. 누적 투자 잔액도 최대 규모인 5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창조경제 추진의 핵심과제로 창업과 벤처 활성화가 주목받으면서 지속 증가한 투자재원과 경제 활성화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대 규모 투자에도 불구하고 벤처투자시장에는 불안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회수시장이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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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유일한 출구였던 코스닥시장마저 신규 기업공개(IPO)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등 위축된 가운데 인수합병(M&A) 등 다른 투자회수 시장 등도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신규 상장기업은 41개사에 불과하다. 벤처기업 IPO 통로인 코스닥 상장은 32개사다. 지난해 22개보다 개선되긴 했지만, 여전히 신규 상장 기근현상은 여전하다.

코스닥 신규 상장을 보면 2007년 67, 2008년 38, 2009년 55, 2010년 76, 2011년 60개으로 연평균 50곳을 넘겼다. 그러나 지난해 최악 실적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도 겨우 30개사를 넘기는데 만족해야 한다. 연말까지 40개를 목표로 했던 상장 목표도 사실상 달성이 어렵다.

벤처캐피털업계는 벤처투자 생태계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 연간 50∼60개 기업의 IPO가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투자회수 시장이 위축됐음에도 지난해와 올해 벤처투자는 각종 벤처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크게 증가하고 있다. 투자와 회수 시장의 불균형이 그 만큼 커지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2∼3년 간 투자재원도 지속적인 증가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런 불균형이 지속되면 벤처투자 생태계의 건전성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회수시장의 병목은 벤처캐피털의 부실, 재투자재원의 부족 등 벤처생태계 축을 무너트리게 될 공산이 크다.

실제 올해 3분기까지 벤처캐피털은 579개사에 9842억원을 투자해 투자금액 기준으로 전년 동기(521개사, 8345억 원) 대비 17.9% 증가했다. 최근 5년 간 3분기까지의 평균투자금액인 8185억원보다 20.2% 높은 수준이다. 투자 재원도 매년 증가했다. 2009년 7조8832억원이던 투자 재원은 매년 증가해 지난 3분기 현재 10조9620억원으로 늘었다.

3분기까지 벤처투자조합 결성현황을 보면 36개, 9506억원의 신규조합이 결성됐다. 24개의 조합이 해산하면서 누적으로 12개 조합이 증가했다. 누적 투자조합약정 금액도 9조8648억원으로 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내년과 후년 지속적인 투자 증가를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투자와 회수가 엇박자가 되면서 벤처투자 생태계도 불균형이 불가피하다. 업계는 이와 관련 IPO를 담당하는 증권거래소와 당국의 의지 부족을 질타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5월 15일 코스닥 활성화 대책 등을 내놓은데 이어 지난 7월 코스닥시장위원회를 별도로 출범시키며 활성화에 나서고 있지만, 시장은 변화가 없다.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벤처 투자를 이어가기 위해 투자와 회수가 맞물려 돌아가야 하지만 불균형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지금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벤처 생태계 한 축인 벤처캐피털 시장이 무너지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증권거래소가 코스닥상장기업의 기준을 거래소 수준에 버금가게 잡고 있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며 “혁신기업을 위한 코스닥시장의 설립 취지를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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