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다름과 틀림 그리고 따뜻한 자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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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해외출장이 잦은 일을 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의 문화를 비교할 기회가 많다.

그동안 방문한 나라들 중에 우리나라만큼 집단주의가 강한 나라는 없었다. 수십 나라 사람들하고 식사를 해봤는데 한국인처럼 빠르게 메뉴를 선택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개인주의가 발달한 서양에서는 개인별로 자기의 독특한 취향에 맞춰 메뉴를 고르는 데 상당한 시간을 투입한다.

한국 특유의 집단주의는 대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선전하고, 반도체 생산에서 세계 최고의 수율을 이루어내고, 단기간에 새로운 스마트폰을 개발해내고, 대한민국 축구팀이 월드컵 4강 신화를 만들어내도록 한 원천적인 힘이었다. 우리나라 기업의 직원들은 전 세계 어느 나라 사람들보다 조직에 충성을 다하고 자기희생을 하면서 강도 높게 일한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이 있듯이 집단주의에서 오는 폐해도 있다. 원하지 않아도 폭탄주를 억지로 마셔야 하는 사람들도 있고 상사가 “짜장면으로 통일!” 하고 외치면 먹기 싫은 짜장면을 먹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기와 다르면 틀리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나는 발달장애아의 아버지로서 아이의 이웃, 급우, 교사, 학부모들의 몰이해로 많은 좌절과 갈등을 경험했다. 집단주의로 인해 내 스스로도 아이를 이해하고 다름을 인정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고, 불과 몇 년 전까지 아이의 아픔을 다른 사람들에게 숨기려고 했다.

발달장애아의 부모는 평생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 커다란 짐을 지고 살아가야 한다.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보는 세상의 차가운 시각은 그 고통을 더 가중시킨다. 발달장애아 어머니의 52%는 우울증을 겪고 있고, 극심한 스트레스로 많은 부모가 이혼을 한다.

나는 최근 회사 설립 이후 14년 만에 그동안 사회에서 얻은 혜택을 환원하는 일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새롭게 설립하는 재단을 통해 다름이 틀림이 아님을 대내외에 알리고자 한다. 발달장애에 대한 세상의 인식을 개선하고, 내가 받고 싶었으나 받지 못했던 치유와 교육을 고통 받는 발달장애아 가족에게 전하려 한다.

한 회사가 성장, 발전하는 것은 그 회사 혼자만의 힘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세계 최대의 글로벌 전자기업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현재의 삼성전자를 이끌어가는 인재는 한국의 사회적·교육적 토양에서 키워졌고, 품질이 좋지 않았을 때도 애국심으로 삼성전자의 제품을 사줬던 수많은 고객이 있었다. 또 수십년간 국가 차원의 직간접 지원이 없었더라면 삼성전자가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 어려웠을 것이다.

최근 금융위기를 신자유주의의 근본적인 폐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성찰 위에 `따뜻한 자본주의`가 대두되고 있다.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밀림의 법칙이 아니라 상생과 관용을 바탕으로 건전한 생태계를 만들어가자는 개념이다.

기업에도 참여와 소통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문화가 요구된다. 기업의 사회공헌은 남에게 보여주는 일과성 행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서플러스글로벌 재단도 긴 호흡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당장 서둘러서 어떤 일을 하는 것보다 긴 호흡으로 한발 한발, 소걸음으로 수십년, 수백년을 가는 재단으로 만들어가고 싶다. 지금은 작은 규모로 시작하지만, 앞으로 우리 회사의 성장과 더불어 하나하나 탄탄하게 사업을 늘려 나가겠다.

김정웅 서플러스글로벌 대표 bruce@surplusglob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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