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가 사랑한 스타트업`에 새로운 패널을 소개한다. 전통의 투자 명가 소프트뱅크벤처스의 이은우 이사다. 이 이사는 두 번의 스타트업 창업과 성장 과정을 직접 겪었다. 6년 전 심사역 생활을 시작해 한국전자인증 상장, 카카오의 써니로프트 인수 등을 이끌었다. 현재 소프트뱅크벤처스의 팬아시아펀드 운영에 참여하며 한국을 넘어 동아시아 스타트업 발굴에 힘쓰고 있다.
![[고수가 사랑한 스타트업 with 이은우]<17> 스타트업 성공의 어려움을 잘 보여주는 `그럽허브심리스`](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3/12/09/504601_20131209163700_426_T0001_550.png)

![[고수가 사랑한 스타트업 with 이은우]<17> 스타트업 성공의 어려움을 잘 보여주는 `그럽허브심리스`](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3/12/09/504601_20131209163700_426_T0002_550.png)
이은우 이사의 출사표:지난 15년 간 스타트업 초기멤버, 대기업 전략 마케터, 스타트업 공동 창업자, 그리고 벤처투자가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스타트업 성공에서 사업 아이템은 수면 위로 나온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닫는다. 해외의 섹시한 비즈니스 아이템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수면 아래를 함께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다.
그럽허브심리스(GrubHub Seamless)는 미국의 음식 배달 중개 플랫폼이다. 사용자는 웹과 모바일에서 레스토랑 정보를 얻고, 먹고 싶은 음식을 바로 주문·결제한다. 테이크아웃 주문도 가능한 `미국판 배달의 민족`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회사는 각자 활동하던 그럽허브와 심리스가 올해 5월 합병하면서 탄생했다. 1·2위의 만남으로 음식 배달 시장 거인이 됐다. 올해 매출 2억달러(약 2134억원) 이상을 기대한다.
-정진욱(글로벌뉴스부 기자)=업계 선두끼리의 합병이라니 놀랍다. 추천 이유는.
▲이은우(소프트뱅크벤처스 이사)=우리나라에서도 `배달의 민족` 성공을 보고 비슷한 서비스를 준비하는 스타트업이 있다. 그럽허브심리스 사례를 보자면 음식 배달 중개 서비스는 절대로 쉽지 않은 시장이다. 생각보다 오래 걸리고 예상 외로 큰 비용이 필요하다. 그럽허브와 심리스는 서비스 강화를 위해 여러 차례 다른 기업을 인수했고 결국 합병했다. 그럽허브심리스를 소개하면서 `이렇게 하면 성공한다`보다 `창업이 이렇게 어렵다`를 얘기하고 싶다.
-정진욱=합병 전까지 두 회사는 어떤 길을 걸었나.
▲이은우=심리스는 업력이 오랜 된 회사다. 1999년 창업해 현재까지 사업을 이어왔다. 세 번의 투자 유치로 5100만달러(약 544억원)를 조달했다. 2000년 첫 번째 투자를 받고 안정적으로 회사를 키우다가 2011년 두 번째 투자를 받았다. 투자 유치 후에는 두 개 기업을 인수하며 규모를 키웠다. 2005년까지는 기업 고객 대상으로 영업했고 이후 일반 소비자로 넓혔다.
그럽허브는 2004년 창업했다. 사용자가 메뉴와 가격을 지정해 검색하면 적당한 레스토랑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인기를 끌었다. 500개 도시에 2만개 이상의 레스토랑과 제휴를 맺어 전국구 서비스를 실현했다. 2007년 이후 다섯 차례에 걸쳐 총 8410만달러(약 897억원)를 투자받았다.
-정진욱=업계 1위고 매출도 크다. 그럽허브심리스가 창업 어려움과 어떤 상관이 있나.
▲이은우=단 기간에 성공한 기업이 아니다. 지금 시점에서 합병된 회사를 보면 매출도 크고 입지도 탄탄해 보인다. 모바일에도 잘 대응한다. 하지만 이건 빙산의 일각이다. 수면 위로 드러난 꼭짓점일 뿐이다. 수면 아래를 봐야 한다. 별개 회사로 출발했고 현재 위치에 오르기까지 10년이 넘게 걸렸다. 엄청난 돈도 필요했다. 투자 유치로 자금을 조달했지만 쉽지 않은 과정이었음에 분명하다.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 다른 기업을 인수했고 시장 1위를 바라보고 합병도 했다. 아이디어가 좋으면 쉽게 성공할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성공에 이를 수 있다. 그럽허브심리스가 좋은 예다.
-정진욱=합병 전 각 회사는 소기의 성공을 거뒀다. 이들이 잘한 점은.
▲이은우=선택과 집중의 결과다. 심리스는 서비스 초반 기업 고객에 집중했다. 기업을 대상으로 한 번에 많은 물량을 확보했다. 수익성 높은 곳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후 일반 시장으로 나왔다. 그럽허브는 도시 단위로 꾸준히 확장했다. 도시 하나에 집중해 성과를 거두고 다시 새로운 도시로 진출했다. 장기적 안목으로 규모를 키웠다.
-정진욱=앞서 여러 번 배달의 민족을 얘기했다. 배달의 민족과 그럽허브심리스는 어떻게 다른가.
▲이은우=차이가 거의 없어졌다. 그럽허브심리스는 서비스 내에서 주문·결제가 가능하다. 결제 하나당 10~15%의 수수료를 받는다. 이 수수료가 수익 모델이다. 배달의 민족은 광고비를 낸 업체 정보를 제공하고 바로 전화 주문을 연결했다. 따로 결제가 없다 최근에 결제를 붙여 차이가 없어졌다.
-정진욱=오랜 시간이 필요한 서비스라지만 배달의 민족은 비교적 빠르게 성장했다. 이유는.
▲이은우=접근이 좋았다. 개별 매장에 POS를 설치하거나 콜센터를 운영하지 않고 앱에서 바로 주문 전화를 연결해 비용을 줄였다. 앱에서 일어난 주문 전화는 자체 고유번호를 부여해 광고주에게 배달의 민족을 통한 주문임을 각인시켰다. 더 큰 이유는 타이밍이다. 초기에 서비스를 시작해 스마트폰 확산과 함께 성장했다. 스마트 빅뱅이란 포장로가 깔리고 안개가 잠시 걷혔을 때 재빨리 정상에 올랐다. 이런 기회는 이제 다시 오지 않는다. 배달의 민족도 결제를 붙인 이상 운영비가 커질 수 있다.
-정진욱=배달의 민족이 하지 않는 테이크아웃 중개는 어떤가. 해볼 만하지 않나.
▲이은우=앱으로 주문을 받아 각 매장 POS에 뿌려줘야 한다. POS를 새로 설치하거나 소프트웨어로 업그레이드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시장이 있다고만 하면 언제든 배달의 민족이 시작할 수 있는 모델이기도 하다. 진입 장벽이 너무 낮아 이제 막 시작하는 스타트업에겐 위험이 크다.
-정진욱=조금 다른 모델은 어떤가. 배달 안 되는 음식을 대신 가져다주는 모델도 인기다.
▲이은우=그나마 가능성을 찾는다면 이 모델이 가장 낫지만 효율성을 잘 따져봐야 한다. 음식을 주문 받아 대신 가져다주는 모델을 하기 위해선 내부 배달 인력이 필요하다. 고정비가 생기는데 점심·저녁시간에만 주문이 몰려 인력 운용 효율성은 떨어진다. 주문이 특정 시간에 몰리지 않지만 당일 배송 이슈가 있는 아이템을 추천한다. 예를 들면 돌잔치 옷이나 파티 드레스 등이다. 오프라인 매장에선 그동안 없던 온라인 수요가 생기는 셈이니 거절할 이유 없다. 좋은 분야를 찾아서 집중하는 게 좋다.
-정진욱=좋은 분야를 찾은 팀을 발견한다면 투자할 가능성은.
▲이은우=일단 그럽허브심리스 모델과 같다면 가능성은 `제로`다. 새로운 분야에 집중한다면 해당 분야 경험자가 있다는 조건 아래 사람 역량을 보고 결정할 수 있다. 역량 있다면 51%다.
-정진욱=그럽허브심리스의 향후 성장 전망은.
▲이은우=합병과 함께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특정 지역 음식 배달 정보가 쌓이는 만큼 이를 이용한 분석 서비스도 선보일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거리 인근에서 비오는 날 주문이 많은 음식 정보 등이다. 미국 시장 규모를 볼 때 음식 배달 분야는 아직도 성장할 여지가 많다.
-정진욱=그럽허브심리스에서 배울 점은.
▲이은우=아이디어는 5%에 불과하다. 운영이 중요하다. 해외 사례를 참고할 때도 이들의 아이디어와 성공만 보지 말고 과정의 어려움을 봐야 한다. 한 마디로 빙산의 아래를 봐야 한다.
이은우 소프트뱅크벤처스 이사가 평가한 그럽허브 심리스
그럽허브심리스 현황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