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창조경제가 태동한 배경으로는 △지식재산의 중요성 △추격형 성장전략의 한계 △경제사회적 양극화 △국내 고용환경 악화 등이 꼽힌다. 창조경제 선진국인 OECD 국가는 GDP 대비 제조업 비중이 1970년대 27%에서 현재 17%로 감소한 반면에 우리나라는 그 비중이 40%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2010년까지만 해도 세계 평균 이상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이후 3% 미만 저성장 늪에 빠져 세계 평균성장율을 하회하고 있다. 분기별 수출액과 삼성의 매출액은 매번 신기록을 갱신하는데도 일인당 GDP는 7년째 제자리이고 가계자산은 부채만 증가했다.
이런 상태는 마치 활주로를 시속 200㎞로 질주하면서도 양력이 작용하지 않는 비행기와 같다. 양력이 못 미치는 것은 몸이 무겁기 때문이다. 고령화, 저성장, 저생산성, 사회갈등 고조가 그 원인이다.
바람직한 해결모습은 창조경제다. 창조경제 부흥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생산성 격차가 줄어들면 국부가 증진되고 소득배분율이 개선돼 결국 중산층이 두터워지고 사회갈등이 완화된다. 국가는 재정여력을 복지에 투자해 국민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다.
하지만 국부 원천이 변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처럼 개량된 기술과 자본, 노동 투입에 의해 생산물을 수출하던 방식으로는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기 어렵다. 1시간에 10㎞를 횡단하는 미션에서 구보가 아닌 속보로 통과하려는 어리석은 군인과 같다.
산업경제시대에는 자본, 노동 추가 투입과 기술축적으로 국부가 증진되었지만 창조경제 시대에는 창의력이라는 지식자본이 국부 창출과 기업 성장의 원천이다.
2011년 애플이 노텔 보유 특허 5000여건을 45억달러에 인수한 것이나 구글이 모토로라의 1만7000여건 특허를 125억달러에 인수한 것은 무형자산이 거래 대상이며 추가수익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미국 500대 기업의 기업가치 중 무형자산 가치 비중은 80% 이상이다. MS, IBM, 인텔 등은 90%에 육박한다. 국내 상장기업은 22%, KOSPI 200대 기업은 33%에 지나지 않는다. 단적인 예로 미국특허 등록건수를 살펴보면 2010년 1위 IBM은 5860건, 2위 삼성은 4551건이었다. 그해 IBM은 11억5000만달러 지식재산 수익을 얻었지만, 삼성은 휴대폰 제조판매의 수익으로 만족해야 했다. IBM은 지식재산을 수익창출 자산으로 인식한 반면, 삼성은 물건을 제조하는 기술로 인식하는 것이 대조적 사례다. 이는 곧 느긋한 미국형 창조경제와 호흡이 가쁜 한국형 생산경제의 차이다.
창조경제가 이륙하려면 네 가지 조건이 먼저 해결돼야 한다. 첫째, 물고기보다 그물을 만드는 심정으로 성장과 복지를 위한 국가재원을 보다 성장지향 쪽으로 배분해야한다. 둘째는 저부가가치에서 탈출할 지식재산의 생산, 투자를 조장하기 위해 창조적 소수의 창작의욕을 떨어뜨리는 유독(有毒)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셋째, 서비스산업 창조산업화로 국가총생산력을 높이고 산업간 분배율 격차를 줄여야한다. 넷째, 갈등의 원천을 제거함으로써 정부정책 유효성을 높여야 한다.
우리나라 가계부채 위험수위는 148점으로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8년 154점에 근접했다. 최근 2년 동안 빈곤층에서 탈출한 사람들보다 새로 진입한 사람들이 더 많다고 한다. 창조적 소수의 힘으로 판도라의 상자가 열려 창조경제가 무언지 모르는 사람도 창조적 소수를 존경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창조경제 사회다.
지경용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연구위원 kyjee@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