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지역과 서열에 상관 없이 우수 인재를 발탁하고 남성과 여성, 공채와 비공채, 지방 소재 대학과 서울지역 소재 대학, 내·외국인을 가리지 않은 `능력 제일주의` 인사로 조직의 긴장감을 더 높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삼성 인사기조를 재확인시켜줬다.
5일 삼성그룹은 부사장 51명, 전무 93명, 상무 331명 등 총 475명을 승진시키는 2014년 정기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의 핵심 포인트는 능력을 최우선으로 `미래 삼성`을 대비하자는 것이다. 올해 전체 승진 규모는 2012년 501명, 지난해 485명에 비해 소폭 감소했지만 사상 최다 발탁인사와 여성 승진자를 배출했다. 공채가 아닌 경력직 출신 임원 승진도 올해 가장 많이 나왔다.
삼성 그룹 관계자는 “조기 발탁인사가 늘면서 조직원 사이에 `더 잘해보자`는 동기 부여도 있고 `대충 해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도 함께 커지고 있다”며 “나이와 성별, 국적, 경력·공채를 가리지 않은 성과 우선주의가 이번 삼성 인사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올해 인사 특징은 △발탁 △여성 △현장 △경력 △글로벌로 요약된다. 전체 임원 승진자는 예년에 비해 많지 않지만 이들 5개 부문에서 모두 역대 최다 승진자가 나왔다.
우수 인재를 서열에 관계 없이 조기 승진시키는 발탁인사는 올해 85명(부사장 10, 전무 26, 상무 49)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삼성을 젊고 역동적인 조직으로 변화시키려는 의지가 반영됐다. 발탁 승진자는 2012년 54명, 지난해 74명에서 꾸준히 늘고 있다.
삼성은 또 상무 14명 포함 15명의 여성 승진자를 냈다. 역대 가장 많다. 삼성의 여성 임원 비중은 타 그룹사에 비해 월등히 높다. 능력만 있다면 여성 인력을 충분히 키워서 중용하자는 게 삼성의 뜻이다. 특히 1992∼1994년 여성공채로 입사한 부장급 여성들이 임원 승진 대상에 근접하면서 내년 이후 삼성 여성 임원 비중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내·외국인도 가리지 않는다. 외국인 12명이 임원으로 올라섰다. `글로벌`을 강조하면서 경영 최일선에서 브랜드 위상 강화와 현지시장 개척에 공헌해 온 해외법인 인력도 80명이나 승진했다. 왕통 전무(삼성전자 베이징연구소장 겸 중국 휴대전화 영업담당)를 본사 직급 기준 부사장으로 올려 전략시장인 중국의 휴대폰 영업을 책임지는 임무를 부여했다.
삼성의 순혈주의도 낮아진다. 올해 임원 승진 가운데 경력 입사자가 150명으로 사상 최다다. 공채 우대를 깨면서 우수한 외부 인재와 삼성 초기 입사자와 내부 경쟁을 유도하는 게 기본 방향이다. 삼성은 외부 우수 인재 영입에 많은 공을 들인다. 최고경영자(CEO) 평가항목에도 우수인재 확보 여부가 포함될 정도다. 능력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영입된 인력에게도 공정한 기회를 주는 것은 기본이다.
미래성장의 근간인 연구개발(R&D), 영업마케팅, 제조·기술 부문의 승진도 늘고 있다. 반면에 지원(스태프) 부문은 상대적으로 승진자 비중이 높지 않다. `현장`형 인력인 연구개발(120명), 영업마케팅(24명), 제조·기술(33명) 부문에서 모두 사상 최다 승진자가 나왔다.
올해 임원 승진자의 절반 가까이가 삼성전자에서 나왔다.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삼성 인사기조를 재확인시켜주는 결과다. 그룹 전체 승진 임원 475명 가운데 삼성전자 소속이 226명으로 47.5%를 차지한다. 이는 2012년 41.9%%, 2013년 46.5%보다 높아진 수치다.
삼성은 이날 정기임원 인사를 통해 경영진 인사를 마무리했다. 조만간 계열사별로 조직개편과 보직인사를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표. 삼성 정기임원인사 키워드 및 연도별 승진자 추이
※자료: 삼성그룹. 각 카테고리 모두 사상최대 승진인사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