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SW산업 동반성장의 진정한 의미

Photo Image
이재철 한국SW산업협회 동반성장문화조성위원장·세기정보통신 대표

동반성장 실현은 이제 우리나라 모든 산업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가 됐다. 소프트웨어(SW) 산업도 최근의 추세에 동참하고 있다. SW 산업은 고도의 기술력과 방대한 지식·정보를 바탕으로 폭넓은 전문 분야로 구성된 최첨단 산업이다. 각 전문 분야는 타 분야와의 융합 시도를 통해 새로운 영역을 재탄생시키는 역동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간 우리나라 SW 산업 구조는 이러한 역동성을 담아내지 못했다. 영역이 구분돼 역할 분담을 했지만 이는 전문 분야로 구별된 것이 아니라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 간 하도급과 재하도급으로 구성되는 규모별 구분이었다. 이렇다 보니 상호간 역할 분담은 수평이 아닌 수직적 구조로 굳어지게 되고 `갑`과 `을`이라는 지위만이 생기게 됐다. 또 전문 역량을 함양하는 것을 소홀히 여기는 경향이 발생했다.

SW 분야 최고 선진국으로 평가받는 미국은 연방 조달청 물량의 37%가 중소기업에 배정한다. 중소 전문 SW 기업이 거대 글로벌 대기업에 전문분야 업무를 의뢰하는, 즉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하도급을 주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기도 한다. 이는 대기업의 협력과 조달청의 엄격한 관리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나라 하도급과는 개념 자체가 다르다. 규모와 관계없이 전문 영역을 담당하는 기업이 또 다른 분야 전문 기업에 협력을 요청하고, 대기업은 기술지원·품질보증·자금동원 등을 보완하며 동반성장하는 문화가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영역을 담당하는 기업은 전체를 잘 할 필요 없이 한 분야에서만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타 분야 전문성이 필요할 때 자연스럽게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 SW 산업도 이제는 비슷한 시장과 영역을 차지하기 위해 규모별로 나눠 분쟁과 과당경쟁을 양산하는 구도에서 하루속히 벗어나 분야별 전문기업화가 돼야 한다. 또 대기업이 중소기업에게 시혜를 베풀거나 불공정 거래의 근절을 약속하는 등 소극적 의미의 동반성장을 넘어서야 한다. 전문영역 간 건전한 경쟁과 협업을 유도하는 폭 넓은 의미의 동반성장으로 시야를 넓혀 나가야 한다.

이런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SW 기업인들의 절치부심이 필요하고 중소전문기업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그간의 동반성장 구도에서 혜택만을 바라보던 자세에서 벗어나 자신만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전문영역을 설정하고, 해당 분야에서만큼은 최고가 되겠다는 자세로 기업을 성장시켜야 한다.

대기업 역시 기존 안정적 사업추진 구도를 과감히 개혁해 중소기업이 하지 못하는 다양한 투자를 시도해야 한다. 우수 인재를 양성해 산업계에 제공하는 등 대기업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구도 형성을 위해 SW 구매자의 전문성 역시 매우 중요하다. 구매자가 SW 산업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산업 자체의 경쟁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활용하고자 하는 SW가 자신에게 어떤 가치를 안겨줄지 정확히 예측하고, 그에 따른 대가를 충분히 지불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SW가 차세대를 이끌 것이라는 기대는 항상 존재했다. 이를 위해 과연 SW 산업인들은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또 그 노력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였는지 이제는 뒤돌아봐야 할 때다. 이러한 반성과 복기의 중심에는 SW 산업이 추구해야 할 동반성장의 진정한 의미가 자리 잡아야 할 것이다.

이재철 SW산업협회 동반성장문화조성위원장·세기정보통신 대표 skic@seaky.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