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시험인증산업 발전, 통합과 신뢰성이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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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외 시험인증기관 대표가 “서울로 오는 비행기에서 음료수를 받았는데 병에 ISO 품질경영인증마크(ISO 9001)가 있었다”고 소개하자 회의 참석자들이 모두 웃었다. 지난 10월 서울에서 열린 국제인정협력기구(IAF·ILAC) 합동총회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세계 70개국에서 300여명이 참석한 행사다.

농담의 소재가 된 ISO 9001은 제품이 아닌 품질경영시스템 인증이다. 원칙적으로는 제품 포장박스에만 표시하고 음료수 캔 등 단일 용기에 부착하면 안 된다. 홍보를 위해 여러 곳에 인증마크를 표시하려는 기업의 의도와 인증 규정이 충돌했기에 해외 대표가 얘기를 꺼낸 것이다. ISO 9001은 권고일 뿐 강제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처벌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인증 결과는 각국 기업과 무역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는 IAF와 ILAC이 필요에 의해 자연 발생적으로 탄생한 데 배경이 있다.

IAF는 미국·캐나다·영국·호주·일본 등의 인정기관이 지난 1993년 설립한 국제기구다. `한 번 인증으로 세계 통용(Certified once, Accepted everywhere)`이라는 비전 아래 중복 인증을 방지하고, 무역기술장벽을 해소하기 위해 설립됐다. IAF에서 결정된 것은 강제가 아닌 권고 사항이다. 투표권도 국가가 아닌 인정기구별로 한 표를 가진다.

이와 유사하게 일반 제품 시험인증을 관리하는 ILAC,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를 기반으로 전기전자제품 34개 품목군 시험인증을 관리하는 국제전기기기인증제도(IECEE)도 있다.

글로벌 시험인증 시스템은 이를 만든 유럽·미국·캐나다·호주·일본·중국 등 환태평양 국가가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나라마다 각각의 제도를 운용하고 있어 세계적으로는 수많은 인증 시스템이 존재한다. 시험인증의 춘추전국시대다.

시험인증 제도 난립에 따른 시간과 비용은 고스란히 기업 부담으로 돌아온다. IAF와 ILAC이 2001년부터 합동총회를 개최하며 통일된 시스템 구축에 힘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힘입어 여러 시스템을 통합한 ISO·IEC 인증이 일반화되고, 정보통신·에너지·식품·농수산물 등 새 분야로 확산하고 있다.

바야흐로 시험인증 시스템 통합 물결이 거세졌다. 최근 세계 거대 자유무역협정(FTA)이 미국·유럽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미국·아시아의 환대서양경제동반자협정(TTIP), 한국·중국 등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3대 경제블록으로 재편되는 것과 유사하다.

FTA든 국제인정협력기구든 그 목적은 같다. `강제` 혹은 `자율`이 다를 뿐이다. 시험인증은 강제든 자율이든 여행 비자와 같다. 수입상이 요구하면 인증을 받아야만 수출할 수 있다. 거대 FTA가 작동하면 체결국 간에는 대표적인 무역장벽인 시험인증도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모두 따라야 한다.

우리도 인증 관련 부담을 줄이고 무역을 촉진하기 위해 통합 시험인증시스템을 갖추고, 인증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국내시스템을 가능한 국제시험인증 제도권 안에서 관리해야 한다.

다만 통합 시험인증시스템이 시장 기능에 의해 선택되고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험인증 시장 개방 속에서 국내 기관이 경쟁력을 잃고, 관련 산업 발전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FTA 체결이 역효과가 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조기성 한국인정지원센터 대표 kisung2013@kab.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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