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을 노리는 게임기 전쟁
연말 시즌을 앞두고 게임기 업계 라이벌인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진검 승부에 돌입했다.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3(PS3) 후속작인 `PS4`, MS는 X박스 360을 잇는 `X박스 원`을 1주일 간격으로 출시했다. 7년만에 펼쳐진 신제품 대결에 세계 게임기 마니아의 시선이 집중됐다.
PS4와 X박스 원이 주목받는 이유는 전작보다 뛰어난 게임 관련 기능 외에도 다양한 홈 엔터테인먼트(home entertainment) 기능을 갖췄기 때문이다. 홈 엔터테인먼트는 말 그대로 가정에서 라디오, 텔레비전, 비디오, 카세트, 게임기 등의 도구를 활용해 즐거움을 얻는 것을 말한다.
게임 기능에 충실했던 게임기는 경쟁력을 높이고 고객을 늘리기 위해 몇 해 전부터 홈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하나둘 추가하기 시작했다. 스포츠나 영화, 음악 감상이 가능한 `홈 엔터테인먼트 허브`로 변신을 시도한다. PS4와 X박스 원은 `게임기의 거실 점령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는 제품이다.
◇게임기 업계 라이벌 전쟁 시작됐다
인터넷이 발달된 우리나라는 게임기 인기가 높지 않지만 미국이나 일본을 비롯한 해외에서는 여전히 맹위를 떨친다. 북미와 유럽의 경우 홈 파티, 가족 중심 거실 문화가 자리한다. 인터넷 속도는 우리나라만큼 빠르지 않다. 많은 가정에서 PC게임보다 콘솔 게임을 선호하는 이유다.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세계 게임 시장 규모는 930억달러(약 99조원)로 이 중에서 콘솔 게임 시장은 442억달러(약 47조원)를 차지한다. PC 게임(177억달러)과 모바일 게임(132억달러), 휴대형 게임(180억달러)을 압도한다. MS와 소니가 닌텐도와 함께 세계 콘솔 게임 시장을 이끌어왔다.
MS와 소니 비즈니스에서 게임기가 차지하는 위상은 나날이 높아진다. 주력 사업 부진과 스마트 혁명 대응 실패로 위기의식을 느끼는 두 기업의 성장을 이끌어줄 동력 중 하나다. 게임기는 유일하게 두 기업이 혁신을 주도하는 분야다. 게임기 대전에서 승리하면 혁신 기업 이미지를 높일 수 있다.
시작은 막상막하다. PS4와 X박스 원은 각각 지난달 15일과 22일 출시된 지 하루 만에 100만대 넘게 판매되며 초반 흥행에 성공했다.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앞으로도 계속 흥행을 이어갈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너무 오랜만에 신제품에 나온 데 따른 착시효과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스마트폰 게임과 온라인 게임은 연일 고객층을 넓혀간다. 두 기업이 콘솔의 홈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흥행 유지의 핵심은 홈 엔터테인먼트
MS는 X박스 원을 `21세기 거실을 위한 올 인 원 홈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으로 부른다. 음악, 라이브TV, 영화, 스포츠 감상이 가능하며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할 수 있다.
X박스 원 출시와 함께 나온 12분짜리 소개 동영상을 보면 MS가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담기 위해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다. 영상 속 등장인물은 게임을 하다가 스카이프로 영상전화를 하고 주문형 비디오(VoD)도 시청한다. MS는 북미 미식축구 리그(NFL)와 장기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든 블록버스터 TV 시리즈 헤일로를 독점 제공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ESPN, 폭스 나우, FK 나우, HBO 고, 넷플리스, 훌루 서비스를 위한 강력한 앱을 갖췄다. 게임 외 다른 콘텐츠 투자를 계속 늘려나갈 방침이다.
PS4에서도 넷플릭스, 훌루 플러스, 아마존 인스턴트 비디오 같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NHL 게임센터 라이브, 실시간 인터넷 방송 유스트림, 프리미엄 TV 채널 에픽스(EPIX), 일본 애니메이션과 한국 드라마 등을 제공하는 크런치롤 앱을 제공한다. 소니가 만드는 음악과 비디오는 무제한으로 이용 가능하다. 헐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소니픽처스의 신작을 PS4로 볼 수 있다. 소니픽처스는 PS4에 독점으로 공급할 콘텐츠도 제작할 계획이다. IT전문 사이트 리드라이트는 X박스 원에 비해 앱 라인업이 다소 단순한 대신 가격은 100달러(약 11만원)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게임기로 거실과 안방을 점령한다
거실과 안방은 IT업계에 있어 아직 미개척 영역이다. 소니와 MS가 게임 콘솔 사업에 집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애플이 아이폰을 앞세워 PC 시장에서 점차 영향력을 넓혀가는 것처럼 두 기업도 게임기 사업을 강화해 다른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복안이다.
게임기는 한 번 사면 오랫동안 쓴다. 1~2년마다 바꾸는 스마트폰과 다르다. 콘텐츠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다. 홈 엔터테인먼트 기능은 두 기업의 이런 목표를 달성해줄 필수 요소다.
리드라이트는 게임과 다른 엔터테인먼트 요소는 문화적으로 얽혀 불가분의 관계가 됐다고 전했다. 히트 소설은 블록버스터 영화로 이어지고 다시 게임으로 제작된다. 게임기에 다양한 기능이 추가되는 배경은 이 트렌드와 무관하지 않다. 앞으로도 더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기능이 추가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한 조사에 따르면 게임기 사용자 60%가 게임기로 영화나 TV를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제 게임기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기다. MS가 엔터테인먼트 전용 X박스 원을 출시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 정도다.
일각에서는 게임 기능만을 원하는 사람에게 지나친 엔터테인먼트 기능은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이클 패처 웨드부시증권 분석가는 X박스 원에 대해 “MS가 너무 많은 것을 넣었다”며 무조건적인 기능 추가를 경계했다.
MS와 소니는 연말까지 각각 300만대 판매를 목표로 잡았다. 한국 시장에 출시되는 시점은 PS4가 12월 17일, X박스 원은 내년 상반기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