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 경매 최저경쟁 가격이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감사원은 최근 미래창조과학부를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하면서 지난 8월 치러진 롱텀에벌루션(LTE) 광대역 주파수 경매의 최저경쟁 가격이 적정치보다 낮은 것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감사 결과가 조만간 공식 발표되면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를 받아들여 현행 수준보다 상향된 최저경쟁 가격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적정 대가 산정을 둘러싼 논쟁이 또다시 통신업계를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24일 업계와 관계기관에 따르면 9월부터 미래창조과학부를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 중인 감사원은 지난 8월 19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된 LTE 광대역 주파수 경매의 최저경쟁가격이 낮게 책정돼 적정 수준보다 낮은 주파수 판매대가 수입을 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주파수의 최저경쟁가격은 전파법 시행령에 따라 △동일하거나 유사한 용도의 주파수 할당 대가 △주파수의 특성 및 대역폭 △이용기간·용도·기술방식과 해당 주파수를 이용한 서비스의 예상매출액·수요 등을 고려해 결정하도록 돼 있다.
시행령에 따라 미래부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산출한 통신사의 해당 주파수를 할당 기간 동안 사용했을 때 예상되는 매출액과 주파수 블록별 수요를 기반으로 최저경쟁가를 설정한다.
미래부는 지난번 경매에서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두 가지의 밴드플랜(Band plan)을 한꺼번에 내놓고 입찰을 진행했다. 2.6㎓ 대역의 40㎒폭 주파수 블록(A1·A2·B1·B2)의 최저경쟁가는 각 4788억원, 1.8㎓ 대역의 35㎒폭 블록(C1·C2)은 각각 6738억원으로 책정됐다. 같은 대역의 15㎒ 폭인 D2 블록은 2888억원이었다. 대역폭이 5㎒ 더 좁은 C블록이 A블록보다 비싼 것도 이미 장비가 구축돼 있는 C블록 수요가 더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경매 결과 SK텔레콤은 C2블록을 최저경쟁 가격보다 56% 추가된 1조500억원에 낙찰받았다. KT는 D2 블록을 211% 비싼 9001억원에, LG유플러스는 B2 블록을 최저경쟁가격으로 가져갔다.
감사원의 판단대로라면 미래부는 최저경쟁가를 적정치보다 낮게 책정, 주파수 판매 수익을 줄이면서 국가 재정에 일종의 손해를 끼친 셈이 된다. 따라서 이러한 감사 결과가 공식 발표되면 향후 진행될 주파수 경매의 최저경쟁가가 감사원 지적에 따라 인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저경쟁가는 경매의 출발 가격으로, 높을수록 최종 할당 대가도 함께 높아질 개연성이 크다. 통신사의 부담이 가중되는 만큼 통신업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통신업계는 그동안 “주파수 할당 대가가 높아지면 통신비 인상으로 이어지고, 통신사의 투자여력이 줄어 소비자 복리가 줄어드는 등 다양한 부작용이 있다”고 주장해왔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요금 인하와 투자여력 보장을 위해 유럽 등 해외에서는 최저경쟁가를 지속적으로 낮추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최근 기간통신사업자 인가신청서를 제출한 KMI 측도 “제4 이통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선 보다 낮은 수준의 경쟁가 설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 진행 중인 사항은 언급하기 어렵다”며 “미래부 주파수 경매 감사는 원내 조정 중인 상황이라고만 말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입장을 표명했다. 미래부는 “감사를 받는 상황이라 뭐라 말해줄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고 밝혔다.
현재 감사원은 주파수 경매의 현장 자료 수집을 끝냈고, 미래부는 감사원 질의에 대한 답변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내년 초에는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