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처음 유치한 대형 국제금융기구인 녹색기후기금(GCF)이 다음달 4일 인천 송도에서 사무국을 연다. 출범이 눈앞인데 본격적인 기구 활동에 필요한 재원 마련은 답보 상태다. 20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제1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9) 기후재정 장관급 대화에서 독일·노르웨이·영국 등이 GCF 재원 공여에 동참 의사를 밝혔지만 아직도 다수 선진국이 난색을 표시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COP18에서 교토의정서를 2020년까지 연장하기로 최종 합의했지만 일본·러시아·캐나다·뉴질랜드 등이 더는 온실가스 의무감축에 동참하지 않기로 해 교토의정서 실효성이 상당부분 상실됐다.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가인 중국은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돼 감축의무가 없다. 미국은 온실가스 배출 2위 국가임에도 1차 의무감축기간부터 빠졌다. 감축의무를 이행하겠다는 EU 회원국과 호주·스위스·우크라이나 등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세계 배출량의 15%에도 미치지 못한다. 사실상 온실가스 감축 의미를 잃은 셈이다.
개발도상국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재정지원 문제 관련해 선진국과 개도국 간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개도국은 선진국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에 선진국은 개도국도 적극적으로 감축에 나서야 한다며 압박했다.
지난 2010년 칸쿤 총회에서 선진국들은 지원금을 매년 늘려 2020년부터 한해에 1000억달러를 모으기로 했지만 최근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소극적인 자세를 일관한다. 선진국이 온실가스 감축의무도 벗어내려고 하는 상황에서 개도국을 위해 재원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
GCF 재원 마련 역시 난망이다. 공식적인 재원 규모도 밝히지 못하는 상태다. 하지만 GCF는 사무국을 열고 활동해야 한다. GCF는 개도국 기후변화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제기구다.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로 자연재해를 겪는 데는 과거 무차별 자원개발과 공업화로 부를 축적한 선진국 책임이 없지 않다. 선진국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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