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회에 계류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에 대해 제조사와 통신사가 제기하는 우려를 강하게 반박했다. 국내 휴대폰 산업 붕괴나 해외 업체와의 역차별 등 주장에 논리적 비약이 심한 `침소봉대`라고 비판했다. 영업비밀 노출과 중복규제 등 예상되는 문제점을 보완하는 대안도 내놓았다. 논란이 됐던 요금제와 상관없는 동일한 보조금 추진에는 수정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18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휴대폰 제조사가 주장하는 단통법 문제점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휴대폰 제조사는 단말기 판매량과 장려금 규모 등 영업비밀 자료를 정부에 제출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 `과잉규제`라고 주장해왔다. 또 단통법이 시행되면 국내 휴대폰 산업이 위축되고 글로벌 경쟁력도 약화될 것이라고 밝혀왔다.
이에 대해 미래부는 자료제출 대상은 단말기 원가자료가 아니라 판매와 보조금 지급 구조와 관련된 최소한의 자료라고 반박했다. 또 제출된 자료가 영업 비밀에 해당된다면 절대 노출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과거 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영업비밀을 공개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제조사에 대한 조사가 방통위와 공정위의 이중규제라는 주장에도 공정거래법과 중복되지 않도록 수정대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통신사가 고가 요금제 사용자에게 차별적 보조금 지급이 필요하다고 요구하자 이의 대안도 내놓았다. 미래부는 요금제별 합리적 차별을 허용하는 수정 대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홍진배 미래부 이용제도과장은 “온라인 야간특가, 보조금 지방 원정대, 폰테크족 양산 등에서 보듯 국내 휴대폰 시장은 세계에서 유례없는 기형적인 구조”라며 “동일한 단말기가 구입시기와 장소에 따라 200~300% 가격 차이가 나는데 이는 합리적 가격 차별을 넘어 정상적인 가격 전달체계가 무너진 전형적인 시장 실패”라고 지적했다.
단통법이 규제를 위한 법이 아니라 건전한 유통구조를 만들기 위한 법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홍 과장은 “소비자에게 투명한 가격 정보를 제공하고 부당한 요금제 강요를 없애며, 보조금과 요금할인을 구분해서 단말기 시장에 경쟁을 도입하려는 것이 법안의 주요 취지”라며 “종합적인 처방이 내려지면 지금처럼 롤러코스터 같은 보조금으로 산업이 망가지고 소비자를 왜곡시키는 문제가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국내 휴대폰 제조업계는 우려가 불식된 것이 아니라고 우려했다.
제조사 한 관계자는 “방통위와 공정위가 조정한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두 기관이 모두 규제하는 중복규제나 다름없다”며 “영업비밀 자료 역시 국정감사 등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제출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어 염려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회는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보유한 통신료 원가 산정자료를 공개하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