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외국 게임업체 자본으로 독자 서버를 포함한 게임설비를 설치하고 서비스하는 기업 설립을 허용하기로 했다. 자국 게임산업 육성을 위해 채운 빗장이 13년 만에 풀린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도 각종 규제에 시름하는 우리나라 게임기업과 개발자에게는 새로운 시장 진출 전기가 될 전망이다.
18일 문화체육관광부와 게임 업계에 따르면 최근 우리나라를 찾은 상자오룬 중국 문화부 부부장은 한중 문화산업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 체결식과 한중 문화산업포럼에 참석해 중국이 비관세 장벽을 낮추는 방안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중국 정부는 상하이에 운영 중인 자유무역지구에서 △외국자본의 독자적 오락장 운영 △외국자본의 독자적 공연장 설치·운영 △외국자본의 독자적 게임설비 설치와 생산기업 설립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이 가운데 외국자본의 독자적 게임설비 설치와 기업 설립은 지난 13년간 금지해왔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상 부부장은 “문화산업을 육성·발전시키는 것은 일관된 중국 정부의 정책이다”며 “정책 실현 과정에서 상황에 따라 수위를 조절하고는 있지만 기본은 교류·협력을 적극 지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점차 비관세 장벽을 낮출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비록 상하이 자유무역지대에 한정된 것이지만 우리나라 기업으로서는 성장하는 중국 시장을 공략할 기회가 열린 것이다.
강태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그간 한국 게임업체는 중국에 게임기업 설립 시 50% 소유지분 제한, 온라인게임은 중국 문화부 인터넷 사업허가, 게임 저작권 제한 등으로 사실상 중국 직접 진출이 막혔다”며 “이러한 장벽이 허물어지면 국내 기업 중국 진출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과 개발자도 환영의사를 표시했다. 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최근 중독법과 셧다운제 등 여러 가지 규제에 묶여 앞날이 어두웠는데 중국이 문을 개방한다면 진출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비관세 장벽 철폐 시기와 규모에 따라 진출 방식도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이 공개적으로 비관세 장벽 철폐를 암시한 것은 그간 축적한 문화산업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지난 2009년 `중국문화산업진흥계획`을 통과시켜 게임과 영화를 포함한 문화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2010년에는 관련 인재양성과 금융지원 정책 등을 2011년에는 세제지원을 약속했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은 2015년까지 문화산업 부가가치를 2010년의 두 배로 키운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중국의 문화상품 수출액은 지난 2011년 187억달러로 전년 대비 22.2%나 급성장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