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유통법 공방 대안 없나
휴대폰 교체율 세계 1위, 폰테크, 소비자 차별….
모두 휴대폰 단말기 보조금 때문에 발생하는 부작용이다. 잦은 휴대폰 교체로 불필요한 낭비가 발생하고, 폰테크나 소비자 차별로 시장의 질서가 무너진다. 이외에도 불투명한 휴대폰 가격 정보, 높고 획일적인 출고가 등 현행 단말기 유통구조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은 부지기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 정부와 국회가 제정을 추진하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이다. 현재 단통법을 비롯해 유사한 내용을 다룬 법안들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국회는 여러 법안을 병합 심사해 하나의 법으로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이 법을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제조사와 통신사는 물론이고 휴대폰 유통업계와 알뜰폰 업계 등 여러 이해 당사자 의견이 엇갈린다. 각자 입장에 따라 생각이 다르지만, 분명한 것은 현행 휴대폰 유통구조는 분명히 문제가 있고 개선돼야 한다는 점이다.
◇제조사 `제조사 규제 빼야`
휴대폰 제조업계는 단통법이 통과되면 국내 휴대폰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미 국내 휴대폰 시장이 포화돼 신규 수요가 감소하는 데다, 보조금 시장이 경색되면 시장규모가 급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보조금 규제가 강화되면서 국내 휴대폰 시장 규모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휴대폰 제조사가 비용과 판매현황, 출고가와 장려금 내역 등을 공개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한다. 영업비밀인 자료를 공개하면 해외 제조사에 도움을 줘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걱정에서다. 국내법으로 규제하기 어려운 애플 등 해외 제조사와의 역차별 문제도 우려한다.
휴대폰 제조업계는 해외에도 제조사를 규제하는 내용이 없는만큼 단통법에서 제조사 규제 부분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통신사, 미묘한 입장차
통신사는 소모적인 보조금 경쟁을 지양해야 한다는 데는 근본적으로 동의한다. 다만 법안 내용 중 일부에 대해서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통신사마다 속내도 조금씩은 차이가 있다.
통신사는 요금제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지 못하게 한 조항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많이 쓰는 고객이나 적게 쓰는 고객이나 동일한 혜택을 줘야 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다. 많이 사는 사람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것은 당연한 경제논리기 때문이다. 예컨대 마트에서도 물건을 많이 사면 할인율이 높아진다.
현재 27만원인 보조금 가이드라인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여기에는 통신사마다 약간의 의견차가 있다.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이 50%에 이르는 SK텔레콤은 시장 안정화를 원하는 만큼 굳이 조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적극적인 경쟁이 필요한 추격자인 KT와 LG유플러스는 보조금을 경쟁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 현재보다 높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알뜰폰 업계, 법안 반드시 통과돼야
알뜰폰 업계도 단말기 유통구조를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처럼 과도한 보조금을 불투명하고 차별적으로 지급하는 구조에서는 단말기 가격 인하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높은 보조금으로 단말기 출고가에 거품이 발생하고, 이는 알뜰폰 업계가 원하는 단말기 자급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제조사와 이동통신사는 단말기 보조금을 고려해 출고가를 책정하기 때문에 단말기 보조금 규모만큼 단말기 가격이 높게 책정된다”면서 “과도하고 차별적인 보조금은 단말기 가격상승, 고객의 단말 및 요금제 선택권 제한, 통신과소비 조장, 이용자 차별에 따른 형평성 문제, 기간약정 계약 강요 등 소비자의 통신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리지만, 현재 단말기 유통구조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보조금과 차별 지급 등의 문제에는 대부분 인식을 같이한다. 결국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얼마나 정교한 대안을 마련하는지가 관건이다.
장중혁 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 부사장은 “통신비 과다와 가입자간 차별 발생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는 측면에서 (단통법의) 정책목표는 타당하다”며 법안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장 부사장은 “다만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조금 규제를 택했고, 여기에 제조사까지 규제범위에 끌어들이는 문제를 결정하는데 있어 의견수렴이나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부족해 업계 반발을 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