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와 금융기관 전산망을 마비시킨 3·20 사이버 테러 이후 잇따라 발의됐던 사이버 보안 관련법의 연내 통과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물리적으로 빠듯한 국회 의사 일정에다 야당이 소위 `국정원법`이라고 강력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장과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각각 국가정보원과 국무총리실을 컨트롤타워로 지정하는 안을 담은 국가사이버 안보 관련법을 발의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서상기 의원이 4월 9일 발의한 `사이버테러방지법`과 하태경 의원이 3월 26일 발의한 `사이버 안전관리법`이 야당의 반대에 직면, 연내 통과가 힘들 전망이다. 여야 대표가 국회 정상화에 대해 의견을 모았지만 이들 법안이 본회의 통과를 위해선 법사위 심사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국회 일정상 빠듯한 상황이다. 이들 법안은 현재 정보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에 계류 중이다. 국회 일각에서는 6·25 청와대 홈페이지 해킹 이후 청와대 안보실이 컨트롤타워, 국정원이 실무를 담당하는 것으로 역할 분담이 이뤄진 상황에서 법 제정에 회의적인 반응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답답함을 토로한다. 서상기 의원실은 “법안 심의를 촉구하지만 국정원 댓글 논란에 막혀 잘 안 된다”며 “하지만 국회는 의사 일정만 여야가 합의되면 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하태경 의원은 “사이버보안 관련법을 야당이 처리를 안 해주고 국정원을 흔들고 약화시키려고 하고 있다”며 “안랩과 하우리의 독과점 환경을 만든 국정원의 책임이 있지만 우리의 사이버 환경을 지키는 것은 국정원이 컨트롤타워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 의원실 다른 관계자 역시 “여러 가지 상황을 감안할 때 이번 가을 국회에서 사이버안보법 통과는 힘들 것으로 본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