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량 외산에 의존하는 무기체계 소프트웨어(SW)와 같은 방위산업 기술을 국산화하고자 국정과제로 추진했던 방위산업기술진흥원 신규 설립이 `용두사미`로 전락했다.
당초 계획은 무기체계SW 연구기능을 포함한 국방 분야 첫 진흥원을 설립하는 것이었지만 관계 기관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결국 기존 국방기술이노센터를 소폭 확대 개편하는 수준으로 계획이 변경됐다.
방위사업청은 당초 계획했던 방위산업기술진흥원 대신 이 같은 내용의 소규모 방위산업기술지원센터 설립안을 확정, 이달 중순 심의를 진행한다고 10일 밝혔다. 심의를 통과하면 이르면 내년 하반기 방위산업기술지원센터가 설립된다.
국방과학연구소 산하에 설립되는 방위산업기술지원센터는 현 국방기술이노센터를 소폭 확대 개편하는 수준이다. 조직 규모도 110여명으로 90명인 국방기술이노센터 인력을 조금 늘린 정도다. 내부에 무기체계SW연구소 대신 SW기술팀을 두기로 했지만 계획했던 연구소 인력 대비 5분의 1 규모인 20여명으로 축소됐다.
군 내부와 방위산업계에서는 이 정도 인력으로는 무기체계SW 국산화 연구와 실행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방위산업기술지원센터 SW기술팀에는 무기체계SW 연구기능이 부여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청 한 관계자는 “이 규모로는 국산화 연구는 물론이고 민간에서 개발한 국산 SW 적용 테스트마저도 수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20여명으로 SW기술팀을 꾸린다면 한 사람당 10건 이상의 과제를 맡아 수행해야 하는데 이 같은 조건에서 주도적으로 국산화를 수행하기란 역부족”이라고 덧붙였다.
방위산업기술진흥원 설립이 무산된 것은 방위산업법 개정안을 놓고 국방부와 방사청의 이해관계가 상충됐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방사청의 방위산업 정책기능이 이관되기 때문에 방사청 산하 진흥원 설립을 반대해왔다. 방위산업법 개정안이 통과된 후 국방부 산하에 진흥원을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방사청도 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정책기능 이관과 산하기관인 국방과학연구소와 국방기술품질원의 국방부 관리기능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해 진흥원 설립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국방부 산하 조직만 확대시켜 준 셈이 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방사청의 방위산업 정책기능 이관과 국방부의 관리감독 강화를 골자로 한 방위산업법 개정안은 국회 계류 중이다.
국방기관 한 관계자는 “방위산업 정책 기능을 놓고 국방부와 방사청이 갈등을 겪는 상황에서 두 기관 모두 진흥원 같은 거대 조직 설립을 꺼리고 있다”며 “기관 간 이해관계 상충으로 방위산업기술 국산화는 더욱 멀어지게 됐다”고 토로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