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찾게 되는 것이 `스마트폰`이다. 휴대전화에 불과했던 기기가 스마트라는 옷을 입더니, 어느덧 사람들의 생활을 송두리째 바꿔 놓기 시작했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도 전 세계의 소식을 손 안에서 접할 수 있으며, 이메일을 주고받고, 일상의 모습을 공유하는 등 스마트폰이 없는 생활은 이젠 상상도 할 수 없다.
그런데 이런 스마트폰을 넘는 변화의 물결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손으로만 쥐고 쓰던 차원을 넘어 몸에 착용하는 `웨어러블(Wearable) 기기`가 바로 그것이다. 안경, 옷, 시계, 신발 등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입고, 착용하는 모든 물건에 스마트가 접목된다.
웨어러블이라는 개념은 최근에 나온 것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와 관련해 다양한 제품이 선보이기도 했지만, 최근 스마트와 맞물려 차세대 먹거리의 핵심 키워드로 부각되고 있다. 스마트 기기 제조사 또한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머리를 싸매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웨어러블 분야에서 가장 활발하게 만들어지는 것이 `스마트와치`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스포츠용품 업체인 아디다스까지 이 분야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 착용하기 부담 없는 웨어러블 기기 스마트와치, 과연 어떤 제품이 있는지 한번 살펴봤다.
김태우 이버즈기자 TK@ebuzz.co.kr
삼성전자 `갤럭시 기어`
갤럭시 기어는 삼성전자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웨어러블 기기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호령하는 업체다 보니 출시 전부터 상당한 주목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최근 불고 있는 스마트와치 열풍을 일으키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이 제품은 자사의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와 연동해 스마트폰의 활용도를 높여주는 기기다. 화면 크기는 1.63인치로 AM OLED 디스플레이를 쓴다. 해상도는 320×320이다. 시계로서 화면 크기는 전혀 큰 편이 아니다. 하지만 화면을 담고 있는 그릇인 본체로 넘어가면 다소 육중하게 느껴진다. 물론 시계가 날렵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정면에 위치한 4개의 나사는 다소 끔찍해 보이며, 착용감도 썩 편하지는 않다. 시계 줄이 제법 딱딱한 편이라서 장시간 착용 시 시계 줄과 피부의 마찰로 다소 아프기까지 하다.
스마트폰과의 연결은 블루투스를 쓴다. 스마트폰에 전용 앱을 설치해야 하는데, 마켓에서 찾을 필요는 없다. 갤럭시 기어의 충전기에 NFC칩을 장착해 놓아, 스마트폰을 가져다 대면 바로 내려받아 쉽게 연결할 수 있다. 문제는 전용 앱이 모든 안드로이드폰에서 쓸 수 없다는 점이다. 갤럭시 기어를 쓸 수 있는 안드로이드폰이 제한적이란 이야기다.
처음 제품이 나왔을 때는 갤럭시 노트3만 지원했지만 최근에는 갤럭시 S4도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래 봐야 딱 두 종에서만 쓸 수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3, 갤럭시 노트2, 갤럭시 노트10.1 등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정확한 일정이 나와 있지는 않다. 이외의 단말기에서 갤럭시 기어를 쓸 수 없다. 타사 안드로이드 기기에서 쓸 수 없다는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여러 단말기에서 쓸 수는 없지만, 대신 갤럭시 스마트폰에 최적화되어 있다. 그 어떤 스마트와치보다 가장 좋은 궁합을 보여준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800㎒ 엑시노스 싱글코어를 쓰며, 램은 512MB다. 삼성전자가 처음 내놓은 갤럭시 S와 비슷한 수준이다. 내부 저장 공간은 4GB다. 무게는 73.8g으로 가벼운 편이다.
갤럭시 기어가 기본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스마트폰 알림 확인이다. 전화, 문자 이메일 등이 오면 스마트와치로 바로 알 수 있다. 스마트폰을 가방이나 호주머니에 넣어두어도 놓치는 일이 없다. 여기에 챗온, 카톡, 라인 등 모바일 메신저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별도의 앱을 설치해야 한다. 전화통화도 할 수 있다. 스마트와치에 굳이 통화 기능을 넣을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스마트폰의 스피커폰 기능 확장으로 생각하면 된다. 특히 운전 중일 때 갤럭시 기어의 통화 기능은 제법 쏠쏠한 편의성을 제공한다. 스마트폰을 확인할 필요도 없이 운전대를 잡은 팔에서 바로 전화를 받을 수 있다. 전화를 걸 수도 있다. 다이얼이 지원되지만 S보이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시계 줄에는 190만 화소의 카메라를 장착해 놓았다. 찍은 사진은 스마트폰 자동 전송이 된다. 스마트폰을 꺼낸다고 주춤거리는 사이 결정적인 장면은 지나가게 마련이지만, 손목에서 이런 순간을 빠르게 잡아낼 수 있다. 하지만 카메라는 다소 과욕으로 보인다. 손목에 차고 있다 보니 촬영이 불편할 뿐만 아니라 사진 품질도 썩 좋지 않다.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은 후 SNS에 올리는 사용자가 많은데, 스마트와치에서 촬영하고 스마트폰 확인 후 업로드의 과정을 거치기보단 그냥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고 업로드하는 것이 낫다.
이 제품의 가장 불만은 사용 시간이다. 완전 충전 후 25시간가량 쓸 수 있는데, 매일 충전해야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아침에 완충 상태로 나갔는데, 저녁에 밥 달라는 알람이 울린 적도 있다. 충전도 전용 충전기가 있어야 한다. 충전을 잊고 다음 날 아침 갤럭시 기어를 차고 나왔다면, 하루 종일 쓸모없는 기기가 돼버린다.
이버즈 평점-별점 2점
처음 공개되었을 때 인터넷으로 보던 것보다 실물이 더 예쁘긴 하지만, 디자인으로 좋은 점수를 주긴 힘든 기기다. 시계는 패션의 일부로 여기게 마련인데, 그런 점에서 아쉬운 부분이다. 게다가 시계 줄이 꽤 딱딱해 착용하면 할수록 손목이 불편하다. 시계인데 매일 충전해야 한다는 것도 단점이다. 게다가 출고가가 무려 39만6000원에 달한다. 성능은 썩 나쁘지 않지만, 갤럭시 노트3 등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전자시계 치고는 비싼 편이다.
소니 `스마트워치 2`
소니는 비교적 일찍 스마트와치를 선보였음에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성능, 조작감, 연결성 등 여러 면에서 10만원대임에도 가격 대비 아쉬운 부분이 많은 제품이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후속작인 `스마트와치 2`를 선보이게 되는데, 갤럭시 기어로 말미암아 비교 대상으로 적잖은 관심을 받았다. 삼성전자 덕을 본 셈이다.
소니 스마트와치 2는 전형적인 시계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어 한층 부담 없이 착용할 수 있다. 여기에 재질은 알루미늄을 도입해 한층 세련된 느낌을 제공한다. 본체와 시계 줄을 쉽게 분리할 수 있으며, 실리콘, 가죽, 스테인리스 등 다양한 소재의 시계 줄을 사용할 수 있다. 갤럭시 기어는 다양한 색상의 시계 줄을 적용했지만, 사용자가 교체할 수는 없다. 이에 비해 스마트와치 2는 다양한 소재의 시계 줄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좀 더 패셔너블하게 착용할 수 있다.
화면 크기는 1.6인치로 갤럭시 기어와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두께는 9㎜로 11㎜인 갤럭시 기어보다 얇은 편이지만 무게는 오히려 122.5g으로 73.8g의 갤럭시 기어보다 조금 더 무겁다. 해상도는 220×176로 다소 낮은 편이지만, 반투과형 LCD를 사용해 야외에서도 더 잘 보이도록 했다. 기존 제품에는 OLED가 쓰였다.
소니 스마트와치 2는 단말기를 가리지 않는다. 안드로이드 4.0 이상만 사용하고 있다면 연동해 쓸 수 있다. 갤럭시 노트3와도 쓸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다양한 기기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범용성이 소니 스마트와치 2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연결도 무척 간단하다. NFC를 사용해 원터치로 연결할 수 있다. 이 제품 또한 전용 앱이 필요한데, NFC를 활용해 스마트폰에서 바로 앱을 내려받게 된다. 소니는 NFC를 잘 활용하는 회사 중의 하나인데, 이 제품에도 이런 점이 여지없이 드러난다.
7등급의 방수 기능도 지원한다. 욕조에 빠트려도 문제없는 방수 수준이다. 손목에 항상 착용하는 만큼 방수는 중요한 부분이다. 갤럭시 기어는 방수에 취약해 수도꼭지의 흐르는 물에도 고장날 우려가 있다. 소니는 엑스페리아 스마트폰 시리즈에도 방수 기능을 기본으로 채택할 만큼 방수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시계는 항상 켜져 있다. 반면에 갤럭시 기어는 꺼져 있으며, 동작 인식으로 팔을 들어 올리면 켜지는 방식을 쓴다. 문제는 시계가 안 켜져 버튼을 눌러 켜야 할 때가 종종 있다. 이런 점에서 소니 스마트와치 2는 시계의 기본 기능에 충실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항상 시계가 켜져 있음에도 배터리 사용시간은 소니 스마트와치 2가 더 길다. 완전충전 시 3~4일 정도 쓸 수 있다. 이것 또한 그리 길다고 볼 수는 없지만 갤럭시 기어에 비해서는 다소 나은 편이다. 지원하는 앱은 200개가 넘는다. 이번이 두 번째 모델이다 보니 그동안 다양한 앱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갤럭시 기어는 전화, 문자, 이메일 등 기본 기능을 바로 쓸 수 있지만, 소니 스마트와치 2는 모두 내려받아 설치해야 한다. 전화 걸기도 지원되며, 카카오톡 메시지 받기, SNS, 원격 사진 촬영 등 다양한 기능을 쓸 수 있다.
이버즈 평점-별점 3점
소니 스마트워치 2의 전작은 평가가 그리 좋지는 않았지만, 후속작은 제법 신경을 쓴 티가 역력하다. 쉽게 눈에 띄는 액세서리라는 점에 걸맞은 스타일을 지니고 있으며, 물과 먼지에 강해 조깅 등 운동 시에도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다. 게다가 다양한 스마트폰과 함께 쓸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가격 또한 갤럭시 기어보다 100달러(약 11만원)가량 저렴하다. 다만 최적화 부분에서 약간의 버벅임이 느껴져 아쉽다.
커넥트디바이스 `쿠쿠`
`쿠쿠(Cookoo)`는 앞서 소개한 갤럭시 기어, 스마트와치 2와는 방향이 다소 다른 제품이다. 이 제품의 시작은 해외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다. 킥스타터는 아이디어를 상품으로 만들어 내기 위해 기부형 펀드 방식을 이용해 제작비를 투자받는 곳이다. 목표 투자금을 모아야 돈을 받을 수 있는데, 쿠쿠는 킥스타터에서 주목을 받고 펀딩에 성공해 정식으로 출시할 수 있게 됐다.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시침, 분침, 초침을 지닌 일반 시계와 동일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와치가 디지털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쿠쿠는 아날로그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디지털 시계보다 바늘이 움직이는 아날로그 시계가 더 멋스러운 건 부정할 수 없는 부분이다. 외형 또한 사각형이 아닌 원형을 구현하고 있으며, 무난하면서도 깔끔한 디자인이 나쁘지 않다. 시rPt줄은 고무 재질로 다소 저렴한 느낌이 난다. 아쉬운 부분이다. 다양한 색상의 시곗줄이 별도로 판매되고 있어 교체해 사용할 수 있다.
아날로그 시계인 탓에 배터리는 충전 방식이 아니다. 일반 시계에서 많이 쓰는 동그란 형태의 셀 배터리를 쓴다. 동전만 있으면 사용자가 쉽게 교체할 수 있다. 관건은 배터리를 얼마나 쓸 수 있는지인데, 제조사의 이야기로는 1년 이상 쓸 수 있다고 한다. 쿠쿠를 사용하는 동안 배터리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방수 능력도 상당하다. 수영장에서 착용해도 전혀 걱정 없다.
쿠쿠는 아이폰에 좀 더 특화된 제품이다. 최근 갤럭시 S4 지원을 시작했으며, 차츰 타 안드로이드폰으로 적용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스마트폰의 알림을 알려준다는 기본적인 기능은 타 스마트와치와 비슷하지만, 구현은 전혀 다르다. 시계의 바탕 면에 여러 아이콘을 표시해주는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소리와 진동으로 전화, 메시지 수신 등의 알림을 알려주긴 하지만, 그 내용은 볼 수 없다. 게다가 iOS 특성상 문자메시지는 알림이 되지 않는다. 애플이 문자 기능 접근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타 스마트와치와 비교해서 아쉬울 수 있는 부분인데, 아날로그 시계 스타일에 기인한 한계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외적으론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가끔 스마트폰을 어디에 두었는지 몰라 찾아 헤맬 때가 있는데, 스마트폰 찾기 기능을 사용하면 벨소리를 울려줘 쉽게 찾을 수 있다. 원격으로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셀카나 단체 사진 찍을 때 유용하다. 페이스북 체크인과 태그도 할 수 있다.
이버즈 평점-별점 2.5점
쿠쿠는 기능에서 다소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스마트와치라고 해서 많은 것을 품고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간단하면서도 실용적인 기능이 더 나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제품은 이점이 크다. 다소 캐주얼한 느낌의 쿠쿠는 아날로그 시계의 멋스러움과 1년 넘게 배터리를 교체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사용자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가격은 10만원대로 부담이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