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대율 폭탄에 휘청이는 중국 진출 `코리아 은행`

세계 최대 금융시장으로 급부상한 중국에서 한국계 은행들이 예대율 제한 조치에 막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순익 급감은 물론이고 급성장하는 카드 시장에서도 기를 못 펴고 있다. 금융 당국이 중국발 규제 완화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전자신문이 중국 현지를 방문해 취재한 결과 국내 은행이 중국 정부의 강력한 예대비 제한으로 수익이 급감해 `보릿고개`를 나고 있다고 답했다.

신한은행은 중국 전지역에 7개 분행과 8개 지행을 갖추고 있다. 내년 초 동북 3성 관문인 심양 개점을 필두로 매년 1개 지점 이상을 개설할 예정이다. 하지만 2012년 말 중국 정부가 외국계 은행에 예대율을 75%까지 낮추라고 제한했다. 신한은행 중국 법인 관계자는 “예대율 75% 제한은 고객 예금액의 75%까지만 대출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리스크 강화 측면이 있지만, 이럴 경우 여신 사업 자체가 힘들어 수익 급감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외국계 은행이 중국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2.7%에 불과하다. 이 중 한국계 은행 비중은 0.1%가 채 안된다. 여기에 예대마진 중 2.5%를 충당금으로 쌓고 있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실정이다.

중국 내 감독 기관이 이원화 돼 있는 것도 국내 은행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중국은 은행감독국과 인민은행이 리스크 관리 등 은행 규제 기관으로 역할을 한다. 시어머니가 두 명인 셈이다. 신한은행은 규제가 심한 중국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상품군과 현지화 전략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답했다. 은행 관계자는 “중국내 은행 최초로 원화 송금 서비스를 선보였고, 직불카드에 최초로 캐시백 서비스를 적용해 지난 9월까지 직불카드 발급수만 6만7500좌를 돌파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도 2007년 중국에 진출해 총 16개의 거점을 두고 있지만 상황은 비슷하다. 진출 5년여만에 300%의 고속 성장을 했지만, 예대율 제한 등에 걸려 수익이 크게 줄었다. 우리은행은 예대율 제한 외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리 고시 제한을 없애 은행 수익 악화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중국 고객 대상의 현지화 전략만이 수익을 끌어올릴 수 있는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중국 규제 환경으로 빠른 시일에 국내 은행이 현지서 장악력을 높이는 건 쉽지 않다”며 “금융당국자 협의회가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규제 완화를 할 수 있는 논의가 진행되면 현지은행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시장으로 꼽히는 중국 카드 시장에 대해 우리은행은 저렴한 수수료를 바탕으로 이용 고객을 늘리고 있다.

베이징(중국)=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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