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업계가 EBS(교육방송)의 일방적인 홀드백 연장에 반발하고 나섰다. EBS가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에 홀드백 기간을 기존 3주에서 6주로 늘리기로 해 파문이 일고 있다. 애니메이션 업체들은 수익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주문형비디오(VoD) 수입이 늦게 들어오면 자금 회전이 더뎌져 애니메이션 제작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EBS가 홀드백 기간을 6주로 늘리라고 애니메이션 제작사에 일제히 통보했다. 홀드백(hold back)은 본 방송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케이블방송, IPTV 등 다른 방송 플랫폼에 재방송되는 것을 잡아두는 기간을 뜻한다. EBS는 이 기간을 기존 3주에서 배로 늘리기로 한 것이다.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은 홀드백 기간이 늘어나면 재정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애니메이션 제작사 대부분의 영세 수입구조를 더 악화시킨다는 주장이다.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은 케이블과 IPTV 등 유료방송 VoD 등 부가 판권에 수입의 큰 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구조상 TV 방영료는 애니메이션 제작사 매출의 극히 일부분에 그친다. 평균적으로는 TV용 애니메이션 한 회당 1억원 정도의 제작비가 들지만 방송사가 지급하는 판권료는 10분의 1 선인 1000만원에 불과하다.
한 애니메이션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TV 방영료는 애니메이션 제작비 보다 턱없이 낮아 VoD 등 부가판권이 애니메이션 업체들의 주요한 수익창구”라며 “VoD 수익이 줄어들면 대부분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이 영세하기 때문에 회사 운영에 큰 타격을 받는다”고 강조했다.
애니메이션 제작사는 EBS 외 애니메이션을 정기적으로 방영하는 지상파 방송사가 없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따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한 관계자는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갑`으로 통하는 EBS가 홀드백 기간을 대폭 늘리라고 하니 안 따를 수도 없다”며 “사실상 애니메이션을 대중에게 알릴 수 있는 채널은 EBS 뿐”이라고 말했다.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은 EBS의 작품 선정 방식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EBS는 방영 예정인 애니메이션 작품 선정 방식도 올해 대대적으로 개편한다. 지난해까지 방영작품이 필요할 때마다 방송사 관계자와 전문가가 함께 선정하는 방식에서 올해부터 특정 시기에 한꺼번에 작품을 선정하는 위원회 방식으로 바꿨다. 지난해부터 KBS가 선정하는 방식과 동일하다.
업계는 이에 대해서도 작품 선정의 전문성과 업계의 경쟁력 상실을 걱정했다. 다른 애니메이션 제작사 관계자는 “위원회 방식은 공정성이 강화되지만, 방송과 애니메이션 산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위원들의 참여로 전문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큰 데다 제작시기가 짧아 작품의 완성도가 낮아 자칫 애니메이션 업계의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EBS에 공식적인 설명을 들으려 했으나 답이 오지 않았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