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MVNO) 업계가 SK텔레콤·KT·LG유플러스를 모두 제치고 처음으로 월간 가입자 순증 1위를 차지했다. 가입자 쟁탈전에서 다윗이 골리앗을 앞지르면서 통신 3사 체제로 굳어져온 한국 이동통신 시장의 변화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누적가입자 200만명을 돌파한 알뜰폰은 여전히 2세대(G)·3G 서비스를 고집하는 1000만 가입자를 흡수할 가능성이 높아 통신 시장 재편의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10월 초부터 지난 28일까지 이동통신 시장 번호이동 실적을 집계한 결과 MVNO 사업자의 총합 실적이 4만2078건 순증으로 가장 높았다. LG유플러스가 3만5393건 순증으로 뒤를 이었으며, SK텔레콤과 KT는 각각 4만9695건·2만7776건 순감을 기록했다. MVNO 업계를 묶어 하나의 통신사로 본다고 가정했을 때, 총 4개 통신사 중 가입자를 가장 많이 늘린 셈이다.
MVNO 업계가 지난 4월 이후 매달 전체 번호이동 시장 순증의 절반 안팎을 꾸준히 점유했으나 순증 1위를 차지한 것은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우체국이 본격적으로 알뜰폰 시장에 뛰어들면서 대중적인 홍보효과가 일어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알뜰폰 가입자는 200만명을 조금 넘어 내년 초면 이동통신 시장의 5%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이마트가 할인점 구매액에 따라 통신요금을 인하해주는 파격적인 알뜰폰 상품까지 내놓으면서 가입자 증가세는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MVNO 업계는 가계통신비 인하를 노리는 정부의 도매대가 인하와 유통망 확충(우체국) 등 도움을 받으면서 빠르게 가입자를 늘리고 있다”며 “이 때문에 번호이동 시장에서 기존 통신사의 `적자` 폭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다양한 문화상품 소비자를 노린 CJ헬로비전과 국제전화 수요와 연계한 SK텔링크에 이어 이마트 MVNO는 2G·3G 저가 요금제 주 수요층인 주부 등을 공략하기 안성맞춤”이라고 평가했다. 이마트는 상품을 구매하면 통신비를 깎아주는 요금제를 설계하는 데만 1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G나 3G 피처폰 사용자는 좀 더 요금이 싸고 약정에 자유로운 요금제가 많은 MVNO로 이동이 많아졌다. 현재 2G·3G 가입자 약 2800만명 중 당분간 LTE로 갈아타지 않을 것으로 분석되는 저가 요금제 수요층이 약 1000만명으로 꼽힌다. 전체 이동통신 시장의 20%가량이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여기서 상당한 비중을 MVNO 업계가 흡수 가능할 것”으로 분석했다.
MVNO의 약진이 두드러지자 그동안 크게 신경 쓰지 않던 통신사도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통신사 관계자는 “MVNO는 기존 통신사의 망을 빌려 재판매하기 때문에 가입자를 늘려도 망을 임대한 통신사의 가입자로 포함돼 오히려 도움을 준다고 여겼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MVNO로 넘어가는 가입자를 잡아두기 위해서라도 보조금을 쉽게 줄일 수 없다”고 토로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