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SW) 개발자 중 최상위 등급인 `아키텍트`의 양성과 관리가 허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고급개발자`로 불리는 아키텍트 부족과 부실한 관리는 정보기술(IT) 프로젝트 부실로 이어져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30일 한국SW기술진흥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미국 등 해외는 10~15년 이상의 경력을 쌓은 후 아키텍트 업무를 시작하는 반면에 우리나라는 평균 6년으로 짧아 전문성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시스템통합(SI) 기업은 2~3년 경력자에게도 아키텍트 역할을 맡기고 있어 IT 프로젝트 자체가 부실해지기 십상이라는 지적이다.
SW기술진흥협회가 SW아키텍트자격인증인 KCSA 획득자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이들의 IT 부문 경력은 평균 14.1년으로, 이 중 아키텍트 직무 경력은 8.6년이다. IT 업무를 시작한 후 평균 6년 만에 아키텍트 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미국 등 해외 SW 선진국보다 5년 이상 앞선 수준이다. 하지만 SW의 뼈대인 아키텍처를 설계하는 최상위 개발자가 불과 6년 만에 만들어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 같은 현실은 아키텍트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국내 인증시험이 KCSA밖에 없고, 그나마 지원자도 많지 않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지금까지 총 5회의 KCSA가 진행되는 동안 매회 지원자는 평균 10.1명, 합격자는 7.8명에 불과했다.
KCSA의 낮은 인지도와 인증자에게 부여되는 혜택 부족도 원인이지만, 시험에 합격할 수 있는 개발자 자체가 워낙 적고 객관적인 평가를 받아 가치를 인정받겠다는 의식이 부족한 게 주요 원인이라는 게 SW기술진흥협회 측 분석이다. 실제로 글로벌 아키텍트 자격제도인 오픈CA 인증자도 국내 총 35명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에 고급 SW 개발자가 워낙 적다 보니 역량이 부족한 사람이 단기간에 아키텍트가 되고 자리에서도 빨리 물러나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다”며 “약 13만~17만명인 국내 SW산업인력 중 아키텍트가 5% 정도라는 추산도 있지만 실제로는 훨씬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더 큰 문제는 SW산업진흥법 개정으로 대기업 대신 마땅한 아키텍트를 보유하지 못한 중견·중소기업이 공공 IT사업을 전담하고 있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