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총아답게 스마트폰에는 수십 종의 최첨단 부품이 사용된다. 조금 더 얇고 가벼우면서도 더 많은 기능을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을 구현하려는 노력은 계속된다. 스마트폰은 작은 공간 안에 최대한 많은 기능을 집어 넣어야 한다. 각 부품과 소재의 부피를 줄이면 좀 더 많은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사활을 걸고 두께 경쟁을 벌이는 이유다. 휴대하기 때문에 무게도 중요한 고려 요소다.
덕분에 디스플레이, 케이스, 인쇄회로기판(PCB), 카메라모듈 등 핵심 부품의 기술 진화 속도는 상상하기도 힘들 정도다. 하루하루 새로운 소재와 회로 기술이 개발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테크 페어에서는 `경박단소(輕薄短小)화`를 선두에서 이끌어가는 소재 기업들이 자사 기술을 소개했다.
피터 보코 코닝 글래스테크놀로지 최고기술책임자(CTO)와 밍 쳉 쓰리엠(3M) 테크니컬 디렉터가 공개한 기술은 유리를 좀 더 얇게 가공하는 방법이다. 전면 커버, 디스플레이용 커버, 터치스크린패널(TSP)용 커버, 디스플레이 후면 지지용 유리 등 스마트폰에는 5~6장의 유리가 사용된다. 두께가 0.1㎜씩만 줄어도 스마트폰에 다른 기능을 하나 더 집어넣을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밍 쳉 쓰리엠(3M) 테크니컬 디렉터는 “스마트폰용 차세대 소재 수가 24종이 그려져 있지만 얼마나 많은 소재가 쓰이는지는 우리도 다 모를 정도”라고 말했다. 사생활보호 필터, 디스플레이 보호 테이프, 유리 부착용 접착제, 연성인쇄회로기판(FPCB), 각종 렌즈 부착 테이프, 잡음 제거 테이프, 발열·내열 소재, 라벨, 방수 코팅재, 배터리 소재, 전극 소재, TSP 등 다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특히 경박단소화를 위한 다양한 솔루션을 소개했다. `Trizact 다이아몬드 타일` 연마재는 커버 유리를 매끈하면서도 얇게 가공할 수 있다. 코닝 `고릴라` 글래스 표면 처리에 실제로 쓰였다. 유리용 코팅재 `노벡`도 공개했다. 얇고 강도가 높고 표면이 깨끗한 유리 기술이 3M과 코닝의 협력으로 탄생했다. 3M은 광학용 점착제(OCA)를 활용해 디스플레이 두께 한계에 도전한다.
구리 호일, 유리 섬유, 레진 등을 조합해 만드는 PCB 역시 점점 두께가 얇아지고 있다. PCB를 이루는 박막판 층 수는 늘어나지만 스마트폰 공간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에보닉은 단위 최적당 강성을 높여 얇은 기판을 만들 수 있는 고분자 원료를 제조한다. 배터리와 스마트폰 외부 케이스 역시 에보닉의 폴리머를 쓴다. 스마트폰에서 무게와 부피를 가장 크게 차지하는 배터리는 같은 전압과 효율을 내면서도 크기를 줄이는 게 급선무다. 전은석 에보닉 이사는 “전자 재료 내구성을 높여줄 수 있는 폴리머·실리카·실란 등 원재료 특성에 따라 소재 성능이 달라진다”며 “첨단 소재일수록 에보닉의 원료 사용 비율이 높다”고 말했다.
일본 후루야메탈이 최근 선보인 은(Ag)·팔라듐(Pd)·구리(Cu) 타겟은 TSP 전극 소재다. TSP 전극 폭은 스마트폰 베젤의 두께를 결정하는 요소다. 전극 두께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50μm가 표준처럼 쓰였지만 최근에는 20μm~30μm까지 구현된다. 투명전극필름에 전도성 소재를 유리나 필름에 그릴 때 증착·식각(에칭) 공정을 몇 번 거치는데, 이 때 전극 소재 접착력이 떨어지거나 전극 가장자리가 매끈하게 처리되지 않으면 터치 센싱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요시히로 이시구로 후루야메탈 이사는 “APC 타겟이 차세대 전극 소재로 부상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며 “조만간 20μm 양산 기술을 상용화 하는 업체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