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머릿속으로 들어가라!`
LG전자 LSR(Life Soft Research) 연구소 미션이다. 고객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찾는다. 연구소 측은 `우리는 제품 개발 가능성 여부가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지 여부를 찾는다`고 말한다. 1989년 설립돼 이미 20년 넘게 활동중이지만 대외적으로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철저한 보안 속에 운영됐다.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아이디어를 찾아 경영진에 전달한다. 최경아 수석연구원은 “제품 개발의 단초를 제시한다”고 말했다. 보안에 철저한 이유는 연구 정보가 외부로 새어 나간다면 수년 노력의 결과물을 경쟁사에 빼앗기기 때문이다. 조직도, 인력 규모조차 공개를 하지 않는다. 심지어 활동 자체가 `대외비`인 팀도 있다.
올 2월 사용자경험(UX)연구소와 통합해 LSR/UX 연구소로 탈바꿈 중인 LG전자 R&D캠퍼스를 찾았다. 연구중인 과제는 철저히 비밀에 붙였다. 다만 몇 가지 현황과 성과를 들었다. 인력 구성은 공학·전산학에 인문학·소비자학·심리학·뇌공학·산업디자인 등 다양하다. 심층적인 소비자 연구를 위해서다. 성과로 올해 인도에서 크게 히트한 에버쿨 냉장고를 들었다. 정전이 빈번한 현지에 특화한 제품이다. 전원이 끊긴 후에도 냉장실은 7시간 동안 냉기를 유지한다. 개발 동기는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연구원들이 델리·뱅갈로 등 인도 동서남북 4개 도시를 한주씩 이동하며 한 달간 가정집에 머물렀다. 현지인의 삶을 관찰하기 위해서다. 쇼핑 횟수, 쇼핑 리스트, 식단, 음식 보관 방법 등을 날마다 지켜봤다. 이 과정에서 찾아낸 아이템이 `우유`다. 기도할 때 사용할 정도로 우유를 신성시하는 인도인들은 우유 관리에 많은 정성을 쏟았다. 정전이 될 때마다 제일 먼저 걱정하는 제품이 우유다. 보냉제가 나와 있었지만 연구원들은 해결책이 안 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대안을 제시한 게 바로 `에버쿨 냉장고`다. 의류관리기 스타일러, 인공지능 김치냉장고인 `김장독` 개발 아이디어도 처음 LSR연구소에서 나왔다.
지금도 연구원들이 20개국을 돌면서 각국 고객 취향을 확인한다. 최경아 수석연구원은 “비슷해졌다고 하지만 나라별로 국민의 사고체계는 확연히 다르다”며 “일례로 지역마다 깨끗함의 정의와 수준이 달라 우리는 지역의 깨끗함에 맞는 지역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LSR/UX 연구소 인력을 `전문직군`으로 분류한다.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에서다. `고객가치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LG 경영철학에도 부합하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김종철 수석연구원은 “시장에 바로 나오는 제품을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만의 철학과 방법론을 바탕으로 창의적 연구를 하기 때문에 내부 만족도는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지난 25년 동안 LSR연구소가 쌓아온 연구 성과는 LG 글로벌 경쟁력의 밑바탕이라고 강조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