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업계가 기상청의 장비 입찰 구조개선을 놓고 지금의 비리 의혹을 해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29일 기상업계에 따르면 일부 기상장비 입찰을 기상청이 직접 주도하려는 움직임과 관련해 입찰 관련 잡음을 줄일 수는 있지만 오히려 의혹을 키울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기상청은 고윤화 신임 기상청장 취임 이후 조직개편과 장비입찰 구조 개선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제기돼 온 장비입찰 및 인사비리 의혹을 뿌리 뽑겠다는 의지다.
고 청장은 그동안 한국기상산업진흥원이 도맡아온 장비입찰 위탁사업 중 일부를 자체적으로 수행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기상청은 이달 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기상산업진흥원 운영 혁신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업계는 기상청의 장비입찰 업무에 반신반의하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업무 과정에서 투명성 확보 여부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기상장비 입찰이 진흥원에 전담된 계기가 과거 기상청 비리사건의 배경이 됐기 때문이다.
한 기상업계 관계자는 “주무관청이 직접 입찰을 책임지고 주도한다면 지금처럼 입찰과정 및 입찰 후 잡음은 줄어들겠지만 업계 의혹을 불식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진흥원 역할 축소도 문제시되고 있다. 장비입찰 위탁사업은 진흥원이 지금까지 해오던 주요 업무로 그 일부를 기상청이 가져갈 때 이를 대체할 새로운 업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업계는 오히려 진흥원의 장비입찰 업무 독립성을 강화해주는 편이 최선책이라는 입장이다. 장비입찰 별도 기관으로서 전문성을 유지시키고 기상청이 이를 지지해 힘을 실어주는 편이 장기적으로 입찰 의혹을 불식시키는 방법이라는 견해다.
기상청은 일부 고가 및 신규 장비에 입찰 업무를 직접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장비 입찰을 진흥원에 전담시키는 것이 맞긴 하지만 전문기술이 부족해 잡음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장비는 직접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는 복안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기상청의 입찰업무 참여는 진흥원 축소보다는 업무 지원과 입찰 체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이라며 “진흥원의 장비입찰 업무 독립성은 유지하고 장기적으로는 기획실을 키워 산업진흥 업무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