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전 수많은 개미 투자자를 울렸던 `IT버블`이 알맹이를 채워 돌아왔다. 트위터, 핀터레스트, 스냅챗 등 이렇다 할 수익모델 없는 인터넷 벤처의 기업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았지만 다수의 전문가는 거품이 아닌 IT업계의 견실한 성장이라고 평가했다.
29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트위터를 비롯한 IT기업이 높은 성장 잠재력으로 시가총액이 급등했다고 보도했다.
트위터는 내달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다. 현재 예상 기업가치는 110억달러(약 11조6700억원)에 달한다. 자본 시장은 수익이 없는 핀터레스트의 가치를 약 40억달러(약 4조2400억원)로 평가했으며 그보다 더 역사가 짧고 수익이 없는 스냅챗에도 30억달러(약 3조1800억원) 이상의 가치를 매겼다.
동영상 서비스 기업 넷플릭스 주가는 올해만 세 배 이상 뛰었다.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모터스도 네 배 이상 올랐다. 테슬라는 2010년 IPO 이후 수익을 낸 분기는 단 한 번에 불과하지만 시가총액이 20조원을 웃돈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자사 시가총액 급등과 관련해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수준보다 더 높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인터넷 기업 주가가 오르면서 실리콘밸리와 인근 지역 부동산 경기도 들썩인다. 현재 샌프란시스코와 주변의 주택 가격은 지난해 대비 15% 이상 올랐다. 샌프란시스코 사무실 임대료는 2008년 정점을 찍었을 때보다 23%가량 높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닷컴 기업은 적은 수익으로 IPO를 진행하고 거래를 시작하자마자 주가가 급상승했던 1999년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최근 IPO를 하는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더 성숙하고 경영진도 경험을 갖췄다.
제이 리터 플로리다대 교수는 “1999년과 가장 큰 차이점은 트위터, 페이스북, 링크드인 등의 기업이 매출을 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고 트위터를 제외하고는 수익성도 증명됐다는 점”이라며 “1999년에는 스타트업에 불과한 기업이 상장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상장하자마자 문을 닫는 사례도 종종 있었다”고 설명했다.
투자 열기가 뜨겁지만 1999년에 비하면 오히려 차분하다는 점도 `안정적인 성장`이라는 시각에 무게를 싣는다. 올해 IPO를 끝낸 기업의 평균 나이는 13년으로 평균 4년이었던 1999년보다 훨씬 길다. 이 가운데 IT기업은 4분의 1이다. 4분의 3 이상이던 1999년보다는 적은 비중이다.
올해 상장된 IT기업의 가치는 매출의 평균 5.6배 가치가 매겨졌다. 26.5배에 달했던 1999년 상황을 크게 밑돈다. IPO를 완료한 IT주식은 거래 첫날 평균 26% 올랐다. 14년 전은 87%에 달했다.
이밖에 IT기업을 향해 자본 시장이 열린 배경에는 대기업의 성장이 미미하고 금리가 최저치를 기록한 점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성장 잠재력이 큰 기업에 투자하려는 심리가 부상했다는 것. 실제로 1999년 후반 연방준비위원회가 금리를 올리자 이듬해 나스닥 거품이 꺼졌다.
또 지난해 제정된 연방법에 따라 스타트업 기업이 소형 투자자에게서도 자금을 모을 수 있어 펀딩 기회가 확대된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IPO 기업 가치 변화
IPO 기업 업력 변화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