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그리드 원격검침인프라(AMI) 국책사업 입찰에 참가한 기업이 사업자 선정 시험평가에 참여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27일 한전의 `저압 AMI 통신망 구축사업 BMT 절차서`에 따르면 올해 `200만호 AMI 구축 사업` 입찰에 참여한 업체가 핵심성능테스트(BMT) 장비를 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장비는 한전 전력연구원이 정보통신기술협회(TTA)에서 실시하는 BMT용으로 부품·장비 성능을 검증해 최종 사업자를 선정하는 필수 관문이다. 결국 자신이 만든 시험장비로 자신의 부품을 채용하거나 만든 장비가 평가를 치른 셈이다. 실제로 BMT 결과 이들 기업 모두 BMT에 통과했고 최종 사업자로도 선정(낙찰)됐다.
시험장비 개발에는 한국전기연구원이 선정한 AMI 핵심부품 전력선통신(PLC)칩 업체인 크레너스와 파워챔프를 포함해 데이터집합장치(DUC)와 모뎀 입찰에 참여한 로엔케이, 케이퍼스가 참여했다. 지난주 한전 전력연구원이 실시한 BMT에서 이들 업체를 포함해 LS산전, 누리텔레콤 등이 최종 사업자로 낙찰됐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BMT는 절차상 모든 과정은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진행됐지만 BMT 장비 제작만큼은 시험을 보는 사람이 시험 문제를 내는 식이 돼 버렸다”며 “장비 제작에 참여한 업체 모두 BMT에 통과한 것만 봐도 오해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사업 주체인 한전은 고속PLC칩을 사용한 사업 선례가 없는 만큼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한전 관계자는 “고속PLC를 채용한 DCU나 모뎀 테스트는 선례나 기준이 없고 일반 계측기로도 시험평가할 수 있는 차원이 아니다”며 “공정한 BMT를 실시하고자 사전에 모든 관련업체를 공개적으로 참여시켜 필드테스트를 진행, BMT 기준을 마련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한전은 올해 사업에서 AMI 핵심장비인 데이터집합장치(DUC) 5만6250대와 전력선통신(PLC)모뎀 73만6521대를 구매하며 사업비는 DCU 353억원, PLC모뎀 203억원, 커넥터(케이블) 30억원 등 600억원 이상이 투입된다. 한전은 2020년까지 1조7000억원을 투입해 전국 2194만가구에 AMI를 구축할 목적으로 올해 200만호를, 내년부터 매년 250만대씩 구축할 계획이다.
【표】2013년 AMI보급사업 BMT용 장비 주요 제작사 현황
(자료 : 한국전력 전력연구원 `2013년 한전 AMI 구축사업 BMT 절차서` 내용 중)
【표】2013년 200만호 AMI보급사업 낙찰 업체(자료 : 한국전력)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