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그룹이 사업구조 고도화에 나서면서 IT와 금융으로 사업 영역을 빠르게 넓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CEO스코어에 따르면 2008년 한국표준산업분류 체계가 개편된 이후 2012년까지 5년간 30대 그룹의 영위업종 현황을 조사한 결과 총 76개 업종 중 이들이 진출한 업종은 2008년 54개에서 작년 말 63개로 16.7% 늘어났다.
지난 2000년대 초 범현대가에서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현대백화점 등으로 계열분리된 대기업과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포스코, KT 등이 업종을 늘리며 종합 그룹으로 변신한 데 따른 영향이 크다는 관측이다.
30대 그룹이 지난 5년간 가장 많이 진출한 업종은 부동산업이었다. 30대 그룹 내 90개 계열사가 참여하고 있고 지난 2008년 43개사에 비해서도 두 배 이상 늘었다. 삼성의 송도랜드마크시티 등 주로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는 부동산개발 사업으로 시장 침체에도 매년 10개 이상의 기업이 뛰어들고 있다.
두 번째로 진출이 늘어난 분야는 정보서비스업으로 2008년 10개에서 작년 말 19개로 90%나 늘어났다. SK의 커머스플래닛 등 IT와 콘텐츠를 결합한 사업들로 규모는 크지 않지만 미래 먹거리 발굴 차원에서 적극 진출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신수종 사업으로 꼽히는 전기장비제조업은 5년 전보다 88.9% 늘어난 17개사로, 모기업에서 분리된 사업지원 서비스업은 88% 증가한 47개사로 각각 3, 4위에 올랐다.
이어 금융업과 금융 및 보험 관련 서비스업은 각각 65%가량 증가해 5, 6위를 차지했다. 외환위기 전후에 투자회사, 카드사, 자산운용사, 캐피털사, 저축은행, 리스업 등으로 설립됐다가 최근 5년에 걸쳐 계열 편입된 곳이 대부분이다. 금융업에는 48개사가, 관련 서비스업에는 33개사가 참여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30대 그룹의 미래 먹거리 사업이 IT와 금융에 집중됐다.
반면에 30대 그룹의 15개 이상 계열사가 참여한 업종 중 영위업체 수가 감소한 업종은 통신업과 방송업으로 각각 11.1%, 6.3% 줄었다. 이어 숙박업, 오락서비스업, 기계 및 장비제조업도 제자리걸음이거나 한 자릿수 증가에 그쳤다.
그룹별 영위업종은 2003년부터 10년을 조사한 결과 대우조선해양(2개→12개, 500%), 현대중공업(3개→16개, 433%), 부영(2개→8개, 300%), 현대백화점(5개→13개, 160%), LS(9개→23개, 155.6%), 현대자동차(11개→26개, 136.4%), KT(7개→16개, 128.6%) 포스코(11개→21개, 91%) 등이 크게 늘렸다.
한 우물만 파던 중후장대 업종이나 계열분리로 분화된 그룹들이 종합 그룹으로 면모를 갖춰가며 다방면의 업종에 진출한 점이 두드러진다.
그러나 사업구조가 상대적으로 안정돼 있는 삼성, LG, 두산, 한진, 대림, 영풍 등은 신규 진출 업종이 아예 없거나 10개 미만으로 변화가 크지 않았다. 대림과 영풍은 각각 10개, 14개로 지난 10년간 업종 변화가 전혀 없었고 한진(14개→16개), 두산(13개→15개)도 각각 2개 업종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삼성은 22개에서 28개 업종으로 6개, LG는 20개에서 27개로 7개 늘었다.
작년 말 기준 가장 많은 업종을 영위하는 그룹은 SK와 GS로 30개 업종에 진출해 있다. 업종이 많은 만큼 계열사 수도 각각 81개, 79개로 30대 그룹 중 대우조선해양을 제외하고는 가장 많다.
10년간 계열사 수 증가폭이 가장 큰 그룹은 대우조선해양으로 2개에서 20개로 10배나 늘었다. 이어 KT(11개→54개), 현대중공업(6개→26개), 부영(4개→16개)은 계열사가 4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포스코(16개→52개), 효성(16개→48개)은 3배 이상, LS(17개→49개), 현대(7개→20개), 동부(22개→61개), 신세계(12개→27개), 롯데(36개→77개), 현대백화점(17개→35개), 현대차(28개→57개), CJ(41개→82개)는 2배 이상 늘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