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과학국정과 전문성'

Photo Image

국정감사가 무르익었다. 2주차로 접어들었다. 3주 일정이니 얼추 보름가량 남았다. 이제 첫 주를 넘겼지만 기대 이하다. 개인적으로도 실망스럽다. 굳이 중간 성적표를 매긴다면 낙제를 간신히 면한 `C` 정도다. “혹시나”가 “역시나”로 변했다.

늘 국감장에서 벌어지는 구태 때문만이 아니다. 물론 증인을 세워놓고 고양이가 쥐 잡듯이 윽박지르는 모습이 볼썽사나운 건 사실이다. 정책감사를 표방했지만 정책은 없고 정쟁만 난무 하는 모양새도 눈에 거슬린다. 불꽃 튀는 공방을 예상했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민감한 사안에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는 국회의원도 지탄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정도 차이겠지만 대한민국 국민 정서에서 감당 가능한 국감장 풍경이다. 제대로 이슈를 제기하고 올바른 국정 감시를 위해 약간의 변칙도 필요한 법이다. 때로는 `슈퍼 갑`이라고 불리는 인물이 진땀을 흘리는 모습에 국민에게 `대한민국에 정의가 살아있다`는 위안을 주는 게 사실이다. 변칙적인 방법 자체가 목적으로 바뀐다면 문제지만 국감은 일단 관심을 끌어야 한다.

정작 국감의 비애는 다른 데 있다. 바로 수준 이하의 정책 전문성이다. 국감 당사자와 피감자의 식견과 이해 수준이 천양지차다. 상황이 이러니 질문과 답변에 깊이가 없다. 안목이 없으니 송곳 같은 질문이 사라졌다. 사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니 정책 소신은 온데간데없다. 국회의원은 일단 터뜨리고 보자는 식이고 관료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생각에 시간 채우기에 급급한 인상이다.

어느 곳보다 전문성이 필요한 곳이 미래창조방송통신위원회다. 피감 대상이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원자력안전위원회와 수십 개에 이르는 전문기관이고, 분야도 창조경제에서 방송과 통신, 소프트웨어·과학기술·원자력, 지식재산까지를 두루 포괄한다. 풍기는 뉘앙스에서 알 수 있듯이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다.

새 정부 첫 국감에서 모호한 창조경제와 실천전략, 통신비와 단말기 원가 공개, 출연연 파행 운영, 원자력 안전성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결론적으로 모두 변죽만 울렸다. 새 정부 최대 국정 과제인 창조경제와 관련해서는 말장난으로 끝났다. 질문도 모호했고 답변도 그저 `열심히 하겠다`는 수준이었다.

통신비와 단말기 원가는 변죽만 올렸다. 요금인가제가 같은 규제를 유지할지, 요금을 정치가 아닌 시장논리로 풀어야 할지가 본질이지만 지엽적인 원가 공개 소송에 매몰됐다. 원자력도 마찬가지다. 안전성도 중요하지만 다른 대체 에너지 개발 유무, 전기료 인상 등을 복합적으로 봐야 하는 데 그렇지 못했다. 정치적인 입장을 감안해도 너무 수박 겉핥기 수준이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 깊이 있게 볼 수 있는 전문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19대 국회의원 가운데 이공계 출신은 23명이다. 전체 의석 대비해 4.3%에 불과했던 18대에 비해 늘었지만 여전히 7.7%로 채 10%를 넘지 못한다. 23명 중 박사학위 소지자는 단 5명뿐이다. 고위 공무원은 어떤가. 안행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고위공무원단 소속 895명 가운데 227명이 이공계 출신이다. 2009년 27.1%에서 25.4%로 오히려 줄었다.

부실한 국감이 꼭 테크노크라트를 포함한 전문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하지만 정책 국감의 전제 조건은 전문성이다. 전문성은 결국 식견과 안목이 있는 인물에서 나온다. 더구나 새 정부는 과학국정과 뗄 수 없는 관계다. 결국 필요조건은 아닐지라도 충분조건은 돼야 한다는 얘기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