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앱스토어에 앱을 올리는 한국 개발자에게 사업자등록번호를 반드시 입력하도록 하려다 논란이 거세지자 다급하게 철회했다. 하루 남짓 사이에 벌어진 해프닝이었지만 모바일 생태계 활성화와 디지털경제 과세 등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 계속될 전망이다.
21일 애플이 한국 개발자가 앱스토어에 앱을 올리거나 업데이트할 때 사업자등록번호와 통신판매등록번호를 반드시 입력하도록 정책을 바꾸면서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급속히 번져나갔다. 개인개발자의 앱 개발과 판매를 원천봉쇄해 국내 풀뿌리 모바일 생태계를 고사시킬 것이란 우려까지 더해졌다.
개발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불만이 터져나오자 애플은 21일 오후 다시 본래대로 앱 등록절차를 원상복귀하며 한발 물러섰다.
불만의 핵심은 개발자 생태계 위축이었다. 직장을 다니면서 사업자등록 없이 앱 개발을 하던 사람은 회사 겸업금지 조항에 걸려 개발 작업을 하지 못할 수 있다. 사업자등록을 할 수 없는 청소년은 아예 앱 등록 자체가 불가능하다.
통신판매업 등록 유지를 위해서는 1년에 4만5000원을 내야 하며, 1인 개발자라도 사업자등록을 하면 4대 보험 등에 가입해야 한다. 해외 개발자에게도 국내 앱 판매를 위해 이름과 주소, 이메일, 전화번호 등의 정보를 밝히도록 했다. 스마트폰 보급 초기 고등학생이 개발해 널리 쓰였던 `서울버스` 같은 참신한 앱이 더 이상 나오기 힘들다는 얘기다.
그간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앱 관련 과세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의견도 나왔다. 판매될 때마다 소비자가 10%를 부가세로 내는 다른 재화와 달리 앱은 그동안 부가세를 제대로 걷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개발자가 사업자등록을 하면 애플이 국내에서 파는 콘텐츠를 세금 포함 가격으로 팔게 돼 해외 콘텐츠도 세금을 받을 수 있으나 개발자 수익 감소나 해외 개발자의 국내 시장 이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관련 부처는 말을 아꼈다. 국세청 관계자는 “애플과 사전협의는 없었으나 사업자등록 등은 적절한 방향”이라고 봤다. 온라인 중개사업자에게 신원공개를 요구하는 공정위 가이드라인에 맞추기 위한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애플이 일본 등에선 현지 앱스토어 법인을 둬 부가세를 정부에 납부하면서, 국내에선 개발자에게 사업자등록을 요구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국현 에디토이 대표는 “정부로선 간접세 거래징수 보장을 위한 시스템 개선 요구는 당연하다”면서도 “그러나 부가세가 소비자가 아닌 개발자에게 부담을 지우는 규제가 되어선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