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가 기술과는 거리가 멀게 보이는 `식품산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앞으로 40년 안에 지구상의 인구를 먹일 식량 자원이 고갈된다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식량을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만든다는 포부다.
21일 뉴욕타임스는 실리콘밸리에서 기술 스타트업을 세워본 경험이 있는 창업가들이 찹팜스, 햄프톤크릭푸드 등 식품을 생산하는 스타트업을 잇달아 세웠다고 보도했다.
최근 창업한 찹팜스는 바퀴벌레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원재료로 하는 프리미엄 에너지바를 개발했다. 영화 `설국열차`의 단백질 블록이 현실로 나타난 셈이다. 개당 가격은 2달러50센트다. 첫 정식 점포는 내년께 세울 예정이다.
메간 밀러 찹팜스 대표는 “나는 기술 스타트업에 적용했던 아이디어 소싱과 제품 개발 프로세스를 그대로 음식 사업에 적용해 생산과정 등에서 혁신을 이뤘다”며 “실리콘밸리의 많은 창업가와 투자자는 전통산업의 대표주자인 식품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앞서 디지털 퍼블리싱 기업인 `보니어`에서 연구개발(R&D) 총괄로 근무했다.
뉴욕타임스는 식품 산업에 발을 들인 스타트업이 기존 거대 경쟁사를 이길 방안을 뚜렷하게 갖고 있지 않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음악 산업에서 아이튠스가, 출판 산업에서 아마존이 업계 지형을 완전히 바꿔놓았던 것처럼 혁신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식품 스타트업인 햄프톤크릭푸드 대표 조쉬 테트릭은 “기존의 음식 생산 시스템은 비효율적이고 기괴하며 총체적인 혁신의 부재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 회사는 모조 달걀이 열리는 나무 `마요`를 개발했다. 모조 달걀의 형태와 영양소는 실제 달걀과 같다. 그는 “닭이 낳은 달걀은 영원히 변하지 않겠지만 우리의 아이디어는 기존 시스템을 개선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기존 음식 유통업체들은 햄프톤크릭푸드의 마요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마요만을 독점 공급하겠다고 나서는 유통업체도 생겼다.
업계 관계자는 “2050년 이전에 세계 인구가 90억명에 육박하면 기존 시스템으로는 세계 인구를 먹여 살릴 식량자원이 고갈된다”며 “식탁에 바퀴벌레로 만든 단백질 요리가 올라올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