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가 현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 기조로 자리 잡으면서 창조경제의 기반인 과학기술·초연구 역량 강화와 더불어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한 관심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최근 발표된 내년도 예산안에는 R&D 관련 예산이 4.0% 증액됐으며, 특히 중소기업 R&D 지원금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발표됐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R&D 지원이 종종 `깨진 독`으로 비유될 만큼 성과가 낮았던 점을 고려할 때, 이제는 단순한 기술개발이 아니라 이윤창출까지 연결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목적이 불분명한 연구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할 수 없는 중소기업 경영여건상 중소기업의 R&D는 기술개발만큼이나 개발된 기술의 사업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난 3년간 중소기업청은 중소기업 협동조합이 주관이 돼 회원사에 공통으로 필요한 기술·제품·공정 등을 협동조합이 발굴해 개발하고, 동종 또는 유사업종의 중소기업에 보급·확산시키는 `업종 공통기술개발사업`을 추진해 왔다. R&D와 사업화 성공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R&D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 대신 협동조합이 업종에서 필요로 하는 과제를 발굴, 기술개발 후 해당 업종에 보급함으로써, 단기적인 기술개발 성과뿐 아니라 산업 전반에 걸친 장기적인 파급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큰 사업이다.
2011년과 2012년 업종공통기술개발사업을 통해 개발된 과제 중 8개는 협동조합을 통해 올해 2월부터 사업화가 추진됐고, 약 37개 업체에 기술이 성공적으로 이전되어 총 56억원의 수익을 창출했다.
이런 성과에도 다수 전문가들은 여전히 협동조합을 통한 R&D 프로그램 운영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가장 큰 우려는 협동조합의 R&D 역량에 관한 것이다. `업종 공통기술 개발사업`에 참여한 협동조합의 보유인력은 평균 3~5명 남짓이고 그 중 R&D 전문가는 드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협동조합의 R&D 역량이 낮기 때문에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하는 중소기업의 R&D 수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성급한 판단일 수 있다.
중소기업 협동조합이 가장 활성화된 독일에서는 협동조합을 통한 R&D 역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독일 산업연구협회연합회(AIF)는 중소기업들의 협동조합 산업연구협회의 연합체로서, 산업 내 공동연구, 산업계로 연구개발 결과 이전 및 확산, 정부 지원 중소기업 R&D 프로그램 관리 등 중소기업 R&D를 총괄 운영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협동조합이 R&D를 직접 수행하기 어렵다고 해도 산업계와 연구기관의 가교역할로서, 회원사 네트워크를 활용해 R&D 과제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거나 기술개발 성과물을 주도적으로 전파하고 사업화를 촉진하는 등 R&D 중간조직으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최근 산업계에서는 제품의 수명주기가 짧아지고 R&D 투자비용은 크게 증가해 오픈 이노베이션 활동을 통한 협력연구가 필수다. 특히 협력연구의 범위를 성공적인 기술개발을 위한 R&D 주체 간의 협력을 넘어서, R&D 결과물을 원활히 최종 사업화하기 위한 모든 주체 간의 협력으로 확장할 때 중소기업 R&D에서 협동조합의 역할에 대한 정책적 설계는 필수다.
모든 협동조합을 R&D 중간 조직화할 수는 없겠지만, 우선 R&D 역량을 충분히 갖추고 기술개발에 적극적인 협동조합부터 기술개발에서부터 사업화까지 효과적으로 연계해 업종 전반에 높은 파급효과를 창출하는 모델을 개발·정착시켜야 한다. 이로써 중소기업의 R&D 저변을 확대하고, R&D가 더 이상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닌, 결과물의 사업화를 통한 직접적인 이윤창출의 수단이라는 인식도 확산할 수 있을 것이다.
이재광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광명전기 대표 jklee@kme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