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LG유플러스 통해 국내 이동통신 기지국 시장 첫 진출

중국 대표 통신 장비업체인 화웨이가 한국 이동통신 기지국 시장을 처음으로 뚫었다. 이동통신 장비 주력시장으로 꼽히는 기지국 시장에 중국 업체가 첫발을 내딛으면서 통신장비 시장에서도 저가 공세를 앞세운 `차이나 쓰나미`를 예고했다. 이미 한국 유선시장에 상륙한 화웨이가 앞으로 휴대폰 단말까지 진출하면 유·무선 통신장비와 더불어 통신 생태계 전반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LG전자·LG유플러스 등에 따르면 LG그룹은 LG유플러스 신규 2.6㎓ LTE 기지국 구축에 화웨이 참여를 확정했다. 화웨이는 기존 공급사인 삼성전자, NSN 등과 함께 최대 1조원 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전국 단위의 기지국을 깔게 된다.

LG유플러스는 화웨이에 서울·경기 등 수도권 지역을 맡길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가 공급하는 기지국 규모는 약 2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되지만 기 구축한 850㎒ 대역까지 교체할 경우 물량은 더욱 늘어난다.

LG유플러스는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주파수 집성(CA)기술을 활용한 30㎒ 폭 광대역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화웨이가 2.6㎓ 기지국을 설치하는 지역에서는 기존 다른 공급사가 구축한 850㎒ 기지국까지 화웨이 장비로 교체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가 850㎒ 재구축 사업을 포함해 `거절할 수 없을 정도`의 매력적인 제안을 했다”고 장비 구축업체 선정배경을 설명했다. 중국 통신장비 업체가 국내 이동통신기지국 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화웨이는 그동안 CDMA, 와이브로, LTE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내 시장을 꾸준히 두드려왔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보안 등 중국 기업에 대한 정서적 거부감과 기술적 완성도가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 큰 이유였다.

화웨이는 LG유플러스 사업 참여를 위해 본사 차원에서 노력을 기울였다. 무선 사업부가 없는 한국지사를 지원하기 위해 일본지사까지 동원하며 국내 이동통신 시장 진입에 심혈을 쏟았다. 이동통신 강국으로 꼽히는 한국 시장에서 구축 사례를 확보하면 세계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인포네틱스 리서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화웨이는 LTE 기지국 공급 규모 기준 세계 1위를 차지했다. 2G, 3G, 4G 등 전체 이동통신기지국 공급량에서는 전통의 1위 에릭슨을 바짝 추격하는 중이다.

한국 시장 진입에 성공하며 화웨이의 글로벌 시장 공략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는 LG유플러스 이동통신기지국 사업 참여를 기점으로 국내 사업을 대폭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는 지난해 한국 시장에서 전송, 교환기 등 유선 부문을 주력으로 약 700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무선 사업 참여로 일단 지사 덩치가 기존 2~3배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스마트폰 등 휴대폰 사업에서도 국내 진입로를 확보했다. 당장 내년 하반기 LG유플러스 30㎒ CA 서비스 시 전용 단말기 공급이 유력하다. LG그룹 내부에서 LG전자 등 일부 자사 사업과 충돌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LG그룹은 광범위한 차원에서 화웨이와 협력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LG그룹에는 있지만 화웨이에는 없는 배터리 사업 등에서 협력할 거리가 많다는 판단이 결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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