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을 만든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는 스티브 잡스를 능가하는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로 평가 받는다. 겉으로 매우 온화한 미소를 짓지만 업무에서는 매우 냉철한 베조스는 독단적 판단보다 `그림자(Shadow)`라 불리는 조언자를 곁에 두고 중요한 결정 전에 의견을 듣는다.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베조스가 IT업계에서 가장 강력한 멘토십(Mentorship)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CEO라고 분석했다.
그림자는 베조스 근거리에서 언제나 일 대 일 대면한다. 출장도 함께 가고 중요한 회의에도 참석한다. 잡다한 일을 처리하는 비서와는 다르다. 공식명칭은 기술 지원자 혹은 기술 조언자로 불린다. 베조스는 그림자 제도를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했다. 초기 몇 년간 이 자리는 아마존이 인수한 회사 CEO나 급속히 성장하는 온라인 쇼핑몰 시장에서 자리를 찾던 사람들의 몫이었다.
베조스의 첫 그림자는 1999년 아마존에 인수된 익스체인지닷컴의 CEO 스티그 레슐리였다. 레슐리는 새 사업계획을 구상하고 2000년 아마존을 떠나려고 했는데 베조스가 그림자 역할을 제안했다. 레슐리는 3개월 간 베조스의 그림자 역할을 했으며 현재 매치에듀케이션 CEO가 됐다.
그는 “베조스를 따라 다니며 회의에 참석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에게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실행 가능성을 점검했다”며 “짧았지만 매우 값진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베조스는 그림자를 계속 바꿨다. 레슐리에 이어 현재 지불결제 스타트업 페이니어미를 세운 대니 세이더, 디그닷컴 전 CEO 매트 윌리엄스 등이 거쳐 갔다.
2003년 아마존은 그림자 역할을 조직화했다. 가장 오래 근무한 아마존 임원 중 한 명인 앤디 재시는 당시 내부 조직 개편 후 갈 자리가 없었는데 베조스가 그림자를 제안했다. 재시는 선임자가 대부분 짧게 일하다 퇴사한 전례로 이 자리가 매우 불안하다고 느꼈다. 재시는 베조스에게 이를 설명하고 그림자의 역할을 재정의했다.
베조스는 프린스턴에서 컴퓨터 사이언스와 전자공학을 전공한 기술 전문가다. 그가 원하는 것은 복잡한 기술적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는 기술 조언자였다. 재시는 아마존에서 그림자 역할을 이때 공식화했다. 재시는 2년간 그림자 역할을 한 후 아마존웹서비스 부문을 이끌고 있다.
재시가 그림자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능력을 인정받은 후 아마존 내 그림자 위상은 더 높아졌다. 아마존의 최고 의사결정 그룹인 S팀에 속한 임원까지 모두 자신만의 그림자를 둘 정도로 역할이 중요해졌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