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업계 성공모델로 한때 불렸던 골프존은 더 이상 스크린골프 전문업체가 아니다. 90%에 달하는 스크린골프 시장 장악과 100만명이 넘는 회원을 기반으로 골프용품을 판매하고 골프장도 직접 운영하고 있다.
스크린골프 장비를 에프터서비스(AS)하는 자회사도 두고 있다. 업체 스스로도 `2020년 골프업계 리더가 된다`는 비전하에 골프의 전 사업영역을 아우르는 `종합 골프문화 기업`을 지향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지난 15일 국회 국정감사에 `갑의 횡포` 상징으로 김영찬 대표가 증인대에 선 데서 알 수 있듯 골프존은 대기업처럼 `문어발식`으로 사업영역을 지속 확장해 왔다. 그 부작용 가운데 하나가 매장주가 떠안고 있는 AS비용이다.
매장주들은 “골프존의 과도한 업그레이드 비용과 매장 난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해할 수 없는 AS비용까지 받아가 매장 경영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고 이구동성 하소연했다.
수도권에서 매장을 운영 중인 A씨는 “점주들이 느끼는 가장 큰 위협은 업그레이드 비용이다. 하지만 AS 문제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골프존 특허기술이 적용된 운영시스템이 고장 나면 AS비용은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가격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스크린골프 매장주들이 애용하는 네이버 카페 블로그에는 골프존의 AS방침을 비난하는 글이 여러 개 올라와 있다.
B 매장주가 `터무니없는 일을 겪었다`며 카페 블로그에 올린 글을 보면 얼마나 황당한 AS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얼마 전 오토티가 내려가지 않아 AS기사에 전화했더니 무조건 교체하라고 했다. 가격을 물었더니 16만5000원이란다. 너무 비싸 직접 해체해봤다. 고장난 이유를 보니 내부에 나사 하나가 들어 있었다. 나사가 들어갈 구멍은 전혀 없었다. 처음부터 나사가 들어가 있지 않으면 불가능했다. 하지만 골프존 AS기사는 사용 중 나사가 들어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것 때문에 골프존의 AS 회사가 막대한 이익을 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매장주는 골프존이 매장에 AS 덤터기를 씌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글을 본 다른 매장주는 “우리도 그래서 통째로 바꿨는데, 아 속았구만, 눈뜨고 코 베가는 골프존이네”라는 댓글을 달아 골프존의 AS비용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골프존 홈페이지에 공개된 소모품의 상세 정보와 달리 AS비용은 비공개여서 점주들이 손해를 보더라도 어쩔 수 없이 부르는 대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매장주들은 골프존의 AS비용에 대 놓고 반기를 들 수도 없다. 데이터를 온라인 서비스로 제공받기 때문에 골프존이 온라인 서비스를 해지해 버리면 스크린 골프장 문을 닫아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다른 한 매장주는 “골프존이 경쟁업체가 거의 없는 독점 형식이다 보니 일방적으로 온라인 서비스를 해지하면 점주들이 어렵게 마련해 산 기계가 무용지물 되고 만다”면서 “AS 무상 기간이 1년으로 돼 있지만 만약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고장나면 전문성이 부족한 점주들이 과실을 입증하기 힘들어 골프존이 하라는 대로 해야 할 처지”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매장주들은 현재 골프존이 빔프로젝트, 전산시스템 등 수백만원 상당의 고가장비 AS 내역과 수리비용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골프존은 이에 대해 “AS기사가 임의로 서비스 비용을 청구할 수 없으며, 수리항목 리스트에 따라 비용이 청구된다”면서 “AS를 신청하기 전에 콜센터를 통해 부품 비용이나 수리비용을 문의하면 알려주기도 한다”고 해명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
서인주기자 si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