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얼마 전 갤럭시노트3 출시를 앞두고 USB 3.0 커넥터 불량을 발견했다. 커넥터 모듈 공급업체 한 곳이 초도 물량을 전량 공급 중이어서 대체 협력사를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자칫 갤럭시노트3 출시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는 큰 문제였다. 이때 부품 자체 생산을 담당하는 글로벌 제조센터가 나섰다. 글로벌 제조센터는 김종호 센터장(부사장) 주도로 중국 후이저우 공장에 USB 3.0 자체 생산라인을 급히 마련해 갤럭시노트3 초도 생산 문제를 해결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핵심 소재부품 독자 생산 체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고 있다. 스마트폰 기획부터 출시까지 일정을 90일에서 75일로 단축시켰고 여러 프리미엄 제품을 동시에 내놓을 수 있는 인프라도 확보했다. 무엇보다 소재부품 불량 발견 시 초기에 대응할 수 있어 스마트폰 완성도를 한 단계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글로벌 제조센터의 역할이 점차 커지고 있다.
과거 글로벌 제조센터는 생산 업무에만 집중했지만, 최근에는 상품 기획뿐만 아니라 외주·조달 전략에도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최근 스마트폰 시장은 플래그십 모델의 영향력이 줄어든 반면에 지역 특화 모델은 점차 늘고 있다. 트렌드 변화에 발 맞춰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3부터 플래그십 제품도 다모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핵심 소재부품을 베트남 공장에서 직접 생산하는 한편 생산 자동화에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제조센터의 역할이 확대된 배경이다.
삼성 관계자는 “갤럭시노트3 USB 3.0 사건은 구매의 문제도 제조에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라며 “삼성전자가 다모델·조기 출시 쪽에 스마트폰 전략을 맞출수록 제조 부문의 역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전략 변화는 제조 부문 주도로 추진되고 있다. 얼마 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중국 톈진 법인에서 제조를 총괄한 김혁철 전무를 구미 공장으로 배치하는 중간 인사를 단행했다. 구미 공장 제조센터장을 맡았던 정수연 전무는 중국 법인으로 발령났다. 김 전무는 구미 공장에서 스마트폰·스마트패드 차세대 공정 개발을 담당하고, 정 전무는 중국 현지 외주 업체 발굴 및 관리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초 베트남 타이응웬 공장 완공 시점에 맞춰 스마트폰 생산 체계 변화를 주기 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베트남 타이응웬 공장에서 카메라모듈·케이스·렌즈 등 핵심 소재부품을 직접 생산할 계획”이라며 “삼성전자의 자체 소재부품 조달 비중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