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SW, `제 1금융권` 진입장벽 낮아져

국산 기업용 소프트웨어(SW) 기업엔 `마의 장벽`으로 여겨지는 게 연매출 100억원 돌파다. 하지만 100억원 매출을 달성한 SW기업도 넘기 힘든 고지가 바로 `제1금융권`이다. 최근 이러한 `제1금융권 장벽`도 서서히 허물어지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산 SW기업들이 최근 대형 시중은행을 고객으로 확보하는 곳이 늘고 있다. 제2금융권에서 쌓은 노하우를 기반으로 제1금융권 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국산 SW의 기술력이 많이 향상됐다는 것과 함께 핵심 기반 인프라에 외산 SW만을 선호하던 은행들의 관행이 깨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SW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제1금융권에서는 주로 외산 업체들 위주의 `제한적 경쟁`을 선호해 왔다”며 “하지만 올해 들어 국산 SW도 함께 제안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포스트 차세대 IT시스템 구축 사업에 나선 IBK기업은행은 국산 관계형 데이터베이스관리(RDBMS) 솔루션 `티베로 5` 도입을 결정했다. 은행권 차세대 핵심 업무에 국산 DBMS가 도입된 건 처음이다.

IBK기업은행은 현재 IT시스템 통합 관리 등에 필요한 SW도 국산 제품으로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외에도 농협, KB국민은행 등도 국산 SW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홍준 IBK기업은행 팀장은 “국산 SW들이 상대적으로 기능이 많이 개선됐고, 외산 솔루션에 비해 유지보수비용도 합리적”이라며 “다양한 사례도 많이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국산 SW도 이제는 외산 제품들과 충분히 견줄 수 있는 만큼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 국산 SW에 대한 인식이 변화된 것은 무엇보다 지난 몇 년간 진행된 증권, 보험 등 제2금융권의 차세대 사업에서 국산 SW가 보여준 기술력과 서비스 지원 능력 때문이다. 또 오라클 등 외산 솔루션의 높은 유지보수비용도 국산 솔루션을 찾게 만드는 데 한몫했다.

이 외에도 메인프레임의 제1고객이었던 금융권에서 사실상 메인프레임이 자취를 감추면서 국산 SW 진입도 한결 쉬워졌다는 평가다. 향후 메인프레임 및 유닉스에서 x86서버 환경으로 전환되면 국산 SW기업에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국산 SW 기업들에 제1금융권은 제품의 성능과 안정성 등 기술력을 입증할 수 있는 마지막 관문이나 다름없다.

멀티채널통합(MCI) 전문 솔루션 업체의 한 대표는 “제1금융권의 고객을 확보하는 게 목표인데, 올해 회사 설립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제1금융권 BMT에 참여했다”며 “은행 측에서 직접 연락해 이뤄진 것으로, 이제 국산 SW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됐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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