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상 광운대학교 전자공학과 교수(jsyoo@kw.ac.kr)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 이상 지났지만 창조경제의 성과는 아직 찾기 어렵다. 관련 부처나 관련자는 조바심이 나서 안달이다.
애당초 창조경제는 하루아침에 실현될 수 있는 정책 키워드가 아니었다. 창의적 인간을 배출하는 교육 제도부터 남을 배려하는 사회적 정서까지 창조경제를 실현하는 데는 정치·사회·문화적으로 우리 사회 기본 구조에 많은 변화를 요구한다. 창조경제 시스템이 뿌리내리려면 체질 개선에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우리 여건에서 창조경제 결과물을 이른 시일 내에 도출할 수 있는 분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초기에는 이러한 분야를 찾아 집중할 필요가 있다.
바로 디지털 콘텐츠다. 디지털 콘텐츠란 디지털 환경에서 사용되는 모든 영상·음성·문자 등의 정보를 의미한다. 대표적인 것이 방송 프로그램·영화·게임·음악 콘텐츠 등이다. 디지털 콘텐츠는 기본적으로 창의력에 바탕을 두고 ICT와 같은 첨단 기술을 활용해 만들어진다. 우리 ICT 환경은 콘텐츠 유통에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콘텐츠 서비스를 위한 방송 유형도 시청자 취향에 맞게 다양하며 유·무선 인터넷 환경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디지털 콘텐츠 수요가 가장 많은 서비스 분야는 방송이다. 지난해 말 지상파 방송이 디지털로 전환되고 대부분의 방송 환경이 디지털로 바뀌면서 디지털 콘텐츠의 최대 수요처가 되고 있다. 콘텐츠 분야를 방송 산업의 한 축으로 활성화하려면 콘텐츠 활용 방법도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
시청자 눈높이에서 차별화된 콘텐츠를 공급하면서 많은 사람이 돈을 벌 수 있는(창조경제) 산업 분야로 활성화하는 데는 디지털 콘텐츠 제작, 유통 과정의 구조적 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다. 결국 ICT 분야 경쟁력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혁신과 함께 콘텐츠의 다양한 활용과 생산적인 유통 구조 혁신이 함께 하며 CPND 생태계 모양을 갖추는 방향으로 진화할 때 비로소 확보될 수 있다.
3D나 UHD 등 차세대 방송 서비스 분야가 주목받는 이유는 다양한 프리미엄급 콘텐츠를 시청자에게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 제작 환경을 구축하면서 콘텐츠 제작 유통 과정의 문제점을 살려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정부 지원이나 정책도 기존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 많은 전문가도 이미 창의적 아이디어와 ICT를 접목한 디지털 콘텐츠가 방송 산업 활성화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평가하고 있다.
기술 혁신 속도와 지금의 소비 행태로 볼 때 앞으로 5년쯤 후에는 방송의 개념이 완전히 바뀌는 세상이 올 것으로 예측된다. 방송은 더 이상 일방적으로 기획 편성된 프로그램을 고정된 장소의 TV에서 수신하는 형태가 아니라 시청자 개개인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단말기를 이용해 시청하는 개념으로 바뀔 것이다.
현재의 방송 플랫폼에 안주하려는 것은 전혀 의미가 없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산업 테두리에서 방송을 본다면 중요한 것은 플랫폼이 아니라 방송의 내용, 즉 창의적 아이디어의 결과물인 콘텐츠다. 콘텐츠를 담을 창의적 포맷 개발 중요성도 간과할 수 없다. 물론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방송 장비 산업도 반드시 같이 활성화돼야 한다.
3D와 UHD 등 지금 거론되는 차세대 방송 서비스는 당분간 현재 방송을 대체하는 형태가 아니라 방송 산업을 활성화하는 기폭제 역할을 해야 한다. 따라서 3D·UHD 등 실감 콘텐츠를 서비스할 플랫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고품질의 차별화된 실감 콘텐츠를 시청자가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게 더 중요하다. 지금까지 전문가들은 `왜` 그리고 `어떻게`에 구체적 방법을 많이 제시했다. 결국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적절한 시기에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다.
산학연, 정부가 일관된 계획과 목소리를 가지고 준비된 계획을 시기적절하게 실천할 때만이 지금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길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