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어린이들의 언어파괴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불과 10~20년 전만 해도 친구와 주고받던 손 편지, 쪽지 문화는 스마트폰 메신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리를 내줬다. `ㅋ` `ㅎ` 등 줄임말로 대표되는 언어 파괴 사례는 또래 사이에서 유행을 타고 역병처럼 퍼지고 있다.
지난 9일은 세종대왕이 한글을 반포한 지 567주년을 맞은 한글날이었다. 올해는 한글이 지닌 소중함과 역사적 의미를 재고하기 위해 정부가 한글날을 23년 만에 다시 공휴일로 지정했다. 이번 주말에는 한글 문화행사를 찾아보자. 자녀에게 한글의 우수함과 올바른 언어 습관은 물론이고 잊지 못할 추억까지 선물할 수 있는 기회다.
◇세종대왕, 경복궁을 거닐다
체험학습 포털사이트 위크온(weekon.co.kr)이 제공하는 `미션 앱 문화유산답사`는 조선시대 세종대왕이 기거했던 경복궁을 답사하는 역사 체험 프로그램이다. 역사 해설가와 함께 경복궁을 돌아보면서 자세한 해설을 들을 수 있다. 세종대왕이 보낸 궁궐 생활을 엿보며 훈민정음에 담긴 뜻을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다.
한글 창제는 물론이고 세종대왕이 경복궁을 거닐며 이룩한 다양한 업적도 조명한다. 세종대왕은 경복궁에 화재가 발생하는 상황을 대비해 제작한 소방 대책을 비롯해 수정전에서는 최초 독서휴가제도 `사가독서제`를 마련했다. 교태전에서는 육아휴가제도와 남편출산휴가제도로 신하를 보살폈다.
미션 앱 문화유산답사는 기존 역사 체험 프로그램과 달리 독자 개발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체험 학습에 이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무료로 제공하는 앱에서 제공하는 경복궁 퀴즈, 인증사진 촬영 등 다양한 과제(미션)를 수행하면서 자연스레 역사의식을 고취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된 위성항법장치(GPS) 기능으로 자녀 위치가 자동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경복궁 내 위치 정보를 간편하게 얻을 수 있다. 퀴즈에서 일정 기준 이상의 점수를 얻은 학습자에게는 프로그램 종료 후 기념 선물을 증정한다.
이번 체험 프로그램은 올해 국내 최초로 출시된 교육용 미션 앱으로 어린 자녀가 경복궁이 지닌 의미를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재미를 더했다. 온 가족이 함께 과제를 진행하면서 추억을 만들 수 있어 일석이조다.
◇한글문화큰잔치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진룡)는 오는 13일까지 광화문광장 주변에서 한글날이 공휴일로 재지정된 것을 기념해 제567돌 한글날 기념행사 `한글문화큰잔치`를 개최한다. `한글아 놀자`라는 주제로 진행하는 이번 행사는 놀이와 예술로 한글이 지닌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한 자리다.
행사 기간 동안 광화문 내에 위치한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야외마당에서는 한글 작품으로 친숙한 작가 7명이 `한글 꽃, 한글 꿈`이라는 주제로 완성한 다양한 작품을 전시한다.
정종인·홍지윤 작가는 한글 설치작품과 함께 춘향전을 주제로 만든 캘리그래피(손글씨)를, 최정유·이지영·노주환 작가는 한글기둥, 한글안경 등을, 김경주·전미래 작가는 체험행사를 각각 선보인다. 창제 원리를 포함해 그동안 숨겨졌던 한글의 이모저모는 물론이고 내년에 개관할 예정인 한글박물관 모습도 미리 엿볼 수 있다.
◇살아있는 전시관, 세종이야기
세종문화회관(사장 박인배)이 운영하는 세종이야기는 세종대왕의 생애와 업적을 첨단 전시 기법으로 구현한 전시관이다. 하루 평균 5000명에 달하는 국내외 관람객이 찾는 광화문 대표 명소로 자리 잡았다.
세종대왕의 출생지, 가족관계, 품성, 취미를 소개하는 `인간, 세종`, 백성을 사랑하는 애민정책을 편 일화를 소개하는 `민본사상`, 한글 창제 과정을 자세하게 소개하는 `한글창제`, 세종대왕이 이룩한 과학·예술 업적을 소개하는 `과학과 예술`, 대마도 정벌과 4군 6진 등 군사업적을 기리고 신기전 등 당시 최신 무기를 선보이는 `군사정책` 등 다양한 전시 공간을 준비했다.
세종이야기는 한글을 주제로 관람객에게 다양한 상설 체험프로그램도 제공한다. 내달 24일까지 한글날을 기념해 `나만의 한글 배지 만들기`를 진행한다. 세종문화회관 지하 2층 `충무공이야기` 전시관에서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오전 10시 30분부터 밤 10시 30분까지 진행하며 입장 마감은 밤 10시다.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수강료는 유니세프에 자율적으로 기부하면 된다.
`한글로 이름 쓰기`는 국내외 관람객이 함께 참여할 수 있다. 자신의 이름을 화선지에 붓으로 쓰면서 붓글씨 쓰는 법을 자연스레 배울 수 있다. 두 장을 써서 한 장은 기념품으로 가져갈 수 있으며 나머지 한 장은 전시관 벽면에 전시한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친척이 있다면 `외국인 한글 편지 쓰기` 프로그램을 이용하자. 우리 조상들이 시나 편지를 쓰기 위해 사용하던 종이 `시천지`를 직접 만들어 그 위에 한글로 나만의 편지를 쓰는 시간이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등 다양한 문장을 직접 쓰며 한글을 쉽게 익힐 수 있다. 매주 화~일요일 오전 10시 30분부터 밤 10시 30분까지 진행하며 체험료는 무료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