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40만여명의 국내외 임직원의 경력·장점·관심사 등의 관리에 `빅데이터`를 활용한다. 주요 계열사 및 해외 법인의 인사관리 책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율 출퇴근(유연근무)제` 확대 시행과 신세대 및 여성인력의 창조적 아이디어 활용 방안 등도 모색한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10·11일 이틀간 경기도 용인 인력개발원에서 계열사·해외법인 350여명의 인재관리(HR) 주요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차세대 삼성 인력 관리 및 운영방안 세미나를 개최한다. 행사는 비공개로 진행되지만 전 세계 해외 법인 HR조직 인력이 공유할 수 있도록 실시간 중계도 한다. 삼성 계열사 국내외 HR 인력은 900여명에 달한다.
특히 이번 삼성 HR 책임자급 회의는 최근 삼성이 경영권 승계에 속도를 내면서 관심이 뜨겁다. 재계가 관심을 높이고 있는 올 연말 인사의 가이드라인도 이번 세미나를 통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세미나는 내부 집중토의와 외부 전문가 강연으로 진행된다.
삼성은 우선 인재의 효율적 활용 일환으로 임직원 경력관리와 배치에 `빅데이터` 활용을 타진한다. 특정 분야에서 우수한 능력을 발휘한 사람의 성향을 파악해 데이터베이스(DB)화하고 이와 유사한 데이터 패턴을 보이는 사람을 그 자리에 배치한다는 것이다. 개인의 평상시 생각 등 관심사를 직무에 연결함으로써 업무 효율과 성과를 높이겠다는 접근이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사람 채용 과정에서 페이스북·트위터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올린 글의 내용을 분석한 사례가 있다.
권대석 클루닉스 대표는 “이메일이나 SNS 글에 특정 단어가 몇 번 등장하는지에 따라 개인의 성향과 관심사를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삼성 인력 채용방식 변경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도 진행될 예정이다. 삼성그룹은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에 무려 10만여명이 몰리면서 채용 제도 변경 가능성을 언급해 왔다. 이번 세미나에서 기본 안을 도출하고 큰 틀의 채용 제도 변경을 추진할 전망이다.
삼성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삼성 서류작업에서 무려 96.5%가 통과했고 삼성 직무적성검사(SATT) 심사장과 시험세트를 준비하는 데도 너무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든다”며 “외부 시선 때문에 학력 등 스펙 기준을 높일 수 없어 내부 고충이 많았다”고 전했다.
삼성은 또 이번 회의에서 △유연근무제(근무시간 탄력적 선택 적용) 확대 △60세 정년 연장에 대비한 승진연한과 임금피크제 도입 가능성 △신세대 및 여성인력 활용 방안 등도 함께 논의한다.
삼성 관계자는 유연근무제 확대와 관련, “개인 사정 등으로 인해 집중하기 힘든 시간에 회사에 나와 시간을 허비하는 것보다는 자신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을 때 일하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모 대학 교수는 “미국에서만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기업이 3분의 1에 달해 해외 법인이 많은 삼성으로서는 대안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며 “유연근무제 확대에 따른 적절한 평가 기준 정립과 한국식 기업문화에 적절히 접목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삼성전자는 필요하면 하루 네 시간만 근무할 수 있는 자율근무제를 지난해 처음 시범 도입했으며 최근 대상을 부분 확대한 바 있다. 삼성 국내외 인력은 작년 말 기준 약 42만명이며, 국내가 22만명 규모다.
【표】삼성그룹 10·11일 HR조직 세미나 주요 논의 내용
*자료: 삼성, 업계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