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전자랜드 등 60여 대형 유통업체가 납품업체로부터 받는 판매 장려금에 철퇴를 내렸다. 이들 대형유통업체가 받는 판매 장려금은 연간 2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공정위는 노대래 위원장 주재로 지난 2일 전원회의를 열어 판매 장려금 관행을 개선하는 내용을 담은 `대규모 유통업 판매 장려금의 부당성 심사 지침`을 제정했다고 7일 밝혔다.
새 지침은 8일 이후 체결하는 판매 장려금 약정부터 적용된다. 약정을 적용 받는 대형 유통업체는 연간 소매 매출이 1000억원 이상이거나 매장 면적 합계가 3000㎡인 곳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2011년 말 기준 전자랜드 등 63곳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지침은 대형 유통업체가 납품업체로부터 받는 장려금 중 약 80% 정도를 차지하는 기본 장려금 수수를 금지했다. 기본 장려금은 대형 유통업체가 납품업체로부터 상품 매입액의 일정 비율이나 일정 금액을 받는 것이다.
공정위가 대형마트(3곳)·백화점(2곳)·편의점(4곳)·SSM(3곳) 등 12개 대형 유통업체를 샘플로 조사한 결과 이들의 총 판매 장려금 1조4690억원(2012년 기준)중 기본 장려금이 약 80%인 1조1793억원에 달했다. 지침은 기본 장려금 외에 △재고 소진 장려금 △무반품 장려금 △폐점 장려금 △시장판매 대응 장려금(이미 납품받은 상품의 판매가를 인하하기 위해 받는 판매 장려금)등도 금지했다. 하지만 전체 장려금의 10~15%로 추정되는 △성과 장려금 △신상품 입점 장려금 △진열(매대) 장려금 등은 허용된다.
이번 조치로 영업이익 중 판매 장려금 비중이 큰 대형마트는 타격이 예상된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대형마트 3곳의 판매 장려금 비중은 전체 영업이익의 53~64%에 달했다. 공정위는 이번 판매 장려금 정비를 빌미로 현저한 납품단가 인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특별 서면실태 조사와 옴부즈맨 모니터링도 실시할 계획이다. 송정원 공정위 유통거래과장은 “미국·일본 등에서는 우리나라와 같은 판매 장려금제가 없다”면서 “판매 장려금 제도가 정비될 경우 대규모 유통업체와 납품업체간 거래 구조가 납품단가 중심으로 단순화, 투명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세종=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