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와 책]박종환 록앤올 대표의 `삼국지`

출사표(出師表)를 던지고 위나라 정벌에 나선 촉한의 승상 제갈공명은 사마의라는 난적을 만난다. 싸움의 명운을 가를 수 있는 `가정`이라는 고지를 점령한 공명은 사마의의 반격에 대비해 가정을 튼튼히 지킬 장수로 누구를 쓸지 고민했다.

그 때 가장 아끼며 부리던 장수 마속(馬謖)이 나섰다. 공명이 사마의의 꾀에 못 이길 것을 우려하자 마속은 “가정을 빼앗길 경우 목을 내놓겠다”며 군령장(軍令狀)을 쓰고 출전했다. 하지만 제 지략에 취한 마속은 순식간에 가정을 빼앗겼다. 공명은 그를 끔찍이 아꼈지만, 울면서 목을 벴다. 준칙에는 사사로운 정이 없다는 의미의 `읍참마속(泣斬馬謖)`이라는 고사가 나온 배경이다.

`국민내비 김기사`로 모바일 벤처업계의 스타로 떠오른 박종환 록앤올 대표가 권한 책은 `삼국지`다. `삼국지를 읽지 않은 사람과는 더불어 세상을 논하지 말라`고 할 정도로 지위고하와 연령층을 불구하고 널리 읽힌 책이다. 박 대표는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로 제갈공명이 울면서 마속을 베는 부분을 꼽았다.

“벤처기업에도 룰이 있습니다. 하지만 벤처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시스템보다는 사람에 의해서 운영됩니다. 특히 CEO는 꼭 지켜야 할 룰도 CEO라는 이유로 어기고 넘어갈 수가 있습니다. `스스로 룰을 준수해 떳떳해져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CEO인 자신을 제갈공명과 마속에 동시에 투영한 셈이다. 박 대표는 “대기업보다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는 유연성은 충분히 살려 균형을 맞추는 경영을 해야겠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어 삼국지 평전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황석영의 삼국지와 이문열의 삼국지를 모두 읽었다. 두 평전을 비교해 읽으며 유비와 조조의 `CEO로서의 장단점`도 분석했다.

“유비는 스스로 능력이 뛰어나지도 않은데다 끊임없이 자신을 낮춘 덕분에 제갈공명, 관우, 장비 등 불굴의 신하들을 얻었습니다. 반면 조조는 본인이 최고의 능력을 보유하고 사람을 부렸지만, 더 뛰어난 신하(사마의)에게 배신당하고 맙니다.”

민중사관에 기초한 황석영의 삼국지는 유비를 이상적인 군주상으로 표현한 반면, 이문열의 평전은 승자인 조조의 지략과 카리스마를 인상적으로 묘사했다. 박 대표는 “인간관계에서는 유비의 모습을, 마케팅과 영업 현장에서는 조조를 닮은 CEO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직원에게는 자신을 낮추면서 그들을 높이되, 경쟁사와의 전쟁에서는 조조의 빼어난 능력을 닮고 싶다는 의미다.

삼국지에 마니아적 애정을 쏟는 박 대표는 유비와 조조 외에도 관우를 주인공으로 묘사한 작품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중국에는 유비도 조조도 제갈량도 아닌 관우를 신으로 모시며 모든 가게에 `관신상`을 세워 놓았더군요. 어느 나라 사람보다 돈과 셈에 밝은 중국인들이 유독 한낱 무장인 관우를 모시는 이유가 뭘까요.” 돈 버는 CEO다운 생각이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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