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 셧다운, IT 시스템에 치명타 우려

미국 연방정부 일시 폐쇄(셧다운)가 현실화됐다. 셧다운이 길어지면 업무 근간인 정보기술(IT) 시스템 운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과거와 달리 부서와 기관 간 IT 시스템이 복잡하게 연결돼 있어 문제 발생 시 심각한 업무 차질이 우려된다. 무엇보다 업무 공백과 혼란을 노린 사이버 범죄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1일 인포메이션위크는 미국 정부가 셧다운됨에 따라 80만명가량이 일시 해고되고 100만명 이상이 당분간 급여 없이 일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고 보도했다. 국방부, 국토안보부, 사법부, 보건복지부, 연방항공청 등 필수 공공 서비스 기관도 확 줄어든 인력으로 업무를 처리한다.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이 일시 폐쇄에 대비해 핵심 서비스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지만, IT 업무는 역할과 책임을 손쉽게 구분 짓기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미 정부의 IT 의존도는 17년 전 셧다운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IT 시스템과 애플리케이션이 각 부처와 기관 간 복잡하게 얽혀 있다. 매일 쓰는 이메일부터 업무지원시스템, 사이버 보안 체계, 국세청과 사회보장국이 운영하는 방대한 고객 데이터베이스는 누구에게 운영 책임이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 과거처럼 모든 시스템이 분리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직원이 IT 시스템 운영을 위해서 필수인지, 누구를 일시 해고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게 어렵다. 한 사람이 모든 시스템을 책임질 수 없는 만큼 셧다운이 길어지면 문제 발생 시 내부 업무는 물론이고 대민 서비스에도 막대한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사이버 공격은 가장 우려되는 사항이다. 각 기관은 얼마나 많은 IT 인력이 필요한지를 결정해야 하지만 보안은 다른 IT 영역과 달리 전 분야에 걸쳐서 발생한다. 하드웨어와 네트워크, 애플리케이션, 데이터베이스를 가리지 않는다. 기존 보안 인력 중에서 누구 하나라도 필요 없는 인력이 없다는 얘기다.

당장은 아니지만 IT 조달이 지연되면서 향후 시스템 안정성 저하와 IT예산 손실을 야기할 수도 있다. 회계연도 말에는 각 기관이 할당 예산을 줄이지 않기 위해 미뤄뒀던 예산을 몰아서 집행한다. 정부 업무 마비로 계약이 미뤄지고 담당자 미비로 잘못된 계약이 발생하면 수조원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한 상원의원은 “자신의 자리를 지키면서 본분을 다하는 게 IT 인력이 해야 할 일”이라며 “지난 번 의회가 대립해 셧다운이 발생했을 때 가장 성숙했던 정부 직원은 자신의 업무를 수행했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미국 상원과 하원은 오바마케어(건강보험 개혁안) 존폐 문제로 신경전을 벌이다 2014회계연도(10월 1일∼2014년 9월 30일) 예산안 처리 시한을 넘겼고, 셧다운 상황이 현실화됐다. 각 정부기관은 셧다운 직전에 정부 폐쇄로 인해 변동되는 사항을 홈페이지에서 일반에 공개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 또 반대편에 선 공화당은 한동안 셧다운에 대한 책임 공방을 벌이고 나서 셧다운을 조기 종료하기 위한 협상에 돌입할 전망이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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