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434>융합형 전문가가 되는 지름길(3)

감성융합이 일어나기 이전에 이성융합을 강요하면 머리로 이해는 할 수 있지만 깊이 관여하지 않는다. 융합의 필요성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면 머리는 끄덕이지만 행동은 하지 않는 때가 많다. 하지만 융합의 필요성이 감성적으로 설득이 되면 감동하게 되고 감동하면 행동한다. 사람을 행동하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감동시키는 것이다. 융합도 감동하지 않으면 머리로 이해하고 뒤돌아서서 다시 자기 영역을 파고들고 다른 분야에 대한 관심의 문도 닫아버리는 일이 많다.

융합은 마음과 마음이 소통하고 서로의 다름과 차이를 가슴으로 느끼면서 공감대가 형성될 때 비로소 시작될 수 있다. 융합의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감각적 체험과 이성의 융합, 환상과 실제의 융합, 직관과 지성의 융합, 가슴속 열정이 머릿속 논리와 융합돼야 한다.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가 말한 것처럼 “닮지 않은 것에서 닮은 것을 찾아내는 기쁨”은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융합함으로써 즐길 수 있다. 닮지 않은 분야의 융합을 시도함으로써 닮은 점을 찾아낼 수 있다. “위대한 아이디어는 레스토랑 회전문에서 탄생한다”는 카뮈의 말은 서로 다른 분야의 과학자들이 의견을 교환할 때 위대한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뜻이다.

아이디어의 교환은 지식의 교환만이 아니라 지식과 관련된 `느낌`의 교환까지 포함한다. 무엇인가를 깨달았거나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 `머리로 안다`고 하지 않고 `가슴으로 느낌이 온다`고 하지 않는가. 그만큼 지식에 담겨진 사람들의 느낌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느낌이 오지 않으면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고 소통이 단절된다.

창조는 소통과 공감에서 비롯된다. 위대한 창조일수록 한 개인의 외로운 생각을 넘어 다양한 분야의 관심사가 집단적으로 공유되면서 서로가 몰랐던 사실을 깨닫고 생각과 아이디어가 뒤섞이면서 탄생하는 때가 많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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