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사업구조 개편 키워드는 통합·성장동력·글로벌

삼성 사업구조 개편·경영 승계 가속화

삼성의 사업구조 개편 화두는 통합 시너지 창출과 글로벌화, 신규 성장엔진 확보에 집중되고 있다.

올해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신경영을 선언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다. 삼성은 그동안 놀랄 만한 고성장을 구가해왔다.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매년 최고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글로벌 브랜드가치에서도 삼성은 전체 8위에 오르는 등 위상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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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산업은 물론이고 스마트폰과 TV 등 세트 제품에서도 두루 글로벌 최고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는 삼성이다.

하지만 새로운 성장을 위한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업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삼성전자, 특히 스마트폰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점이다. 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3분의 2를 삼성전자가, 다시 삼성전자 이익의 3분의 2가 모바일 부문에 몰려있는 것은 부담스럽다. 삼성전자의 성공 DNA를 계열사로 확산하는 데 집중하는 모양새지만 아직은 부족한 점이 적지 않다.

신경영 20주년을 맞아 양과 질을 넘어 `격(格)`을 새로운 기치로 내건 삼성이다. 차세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기존 주력사업 강화와 함께 새로운 사업의 발굴과 확보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도 최적화된 사업구조 개편 역시 필수다.

최근 발표된 삼성에버랜드의 제일모직 패션사업 인수와 삼성SDS와 삼성SNS 간 합병은 지배구조와 관련이 깊다. 하지만 시너지를 낼 부문도 적지 않다. 에버랜드는 패션을 가져와 기존 리조트 등과 연계한 `라이프` 전문기업 모양새를 갖췄다. 합병 후 삼성SDS는 기존 IT서비스에 통신사업 구축 능력을 겸비하게 된다.

컨설팅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의 사업구조와 경영권 승계 작업은 별개가 아닌 하나의 축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사업 부문을 희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화 역시 삼성의 꾸준한 화두다. 삼성은 최근 베트남을 시작으로 글로벌 신흥시점에서 경제개발 모델과 필요 인프라를 제안하고, 관계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핵심역량을 패키지 형태로 제공하는 `글로벌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에 나섰다. 새로운 시도다. 한 회사가 아닌 삼성 그룹 계열사의 역량을 해외에 `토털 솔루션` 형태로 집적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서는 각 계열사 간 시너지가 중요하다.

글로벌 사업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작은 계열사로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계열사 수를 축소하더라도 되는 사업은 기존 강점을 갖춘 기업으로 몰아주는 게 바람직하다는 목소리가 삼성 내부에서도 나온다.

그룹 내 4개 계열사가 관여하는 건설부문은 이미 오래전부터 조정 대상이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건설부문 사업을 한곳으로 몰아줄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 에버랜드, 삼성중공업의 그룹 내 4개사가 시너지를 내고 있다지만 사업 중복은 불가피하다. 삼성물산이 엔지니어링 지분을 하반기에만 1.82% 산 것도 변화의 미세 징후로 꼽힌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최대주주(33.18%)인 삼성석유화학과 제일모직의 합병 가능성도 제기된다. 패션을 넘긴 제일모직이 소재에 집중하면서 화학부문의 결합에 나서는 것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일부 금융 계열사도 연내 조정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차세대 먹거리 확보는 삼성 사업구조 개편의 핵심 고려사항이다. 일단 그룹 차원에서 기획해 선정한 `삼성 5대 신수종 사업`은 이제 각 계열사로 이관됐다. 의료기기는 삼성전자 내부 사업부 체제가 갖춰졌고 자회사인 삼성메디슨과의 시너지 창출에 주력한다. 바이오 제약은 미 퀸타일tm와 합작해 만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관여한다. 전기차용전지는 삼성SDI가 주사업자로 나서고 있다. 태양전지와 LED는 시장상황이 그리 좋지 않다.

이들 이외에 소재과 소프트웨어 강화는 삼성의 중장기 방향이다. 연말 예고된 사업보고대회와 내년 사업계획 수립 과정에서 어떻게 계열사와 조직의 변화가 이뤄질지 관심사다.

재계 한 고위 관계자는 “신수종 사업은 성과를 내는 데 5~10년이 걸리는 중장기 산업”이라면서도 “기존 삼성의 신수종사업 이외에 차세대 신규 사업발굴과 이를 뒷받침할 조직 정비가 중요한 때”라고 말했다.

삼성의 강점 중의 하나는 강력한 내부 시스템이다. 계열사 간 협력도 하지만 관계사라고 해서 특혜를 주지 않는다. 필요하다면 내부에서도 경쟁시스템이 가동된다. 철저한 신상필벌과 매우 세밀한 인사시스템도 강조해왔다. 삼성은 그동안 현재에 안주하지 않아왔다. 새로운 도약을 위한 조직개편과 사업부 조정은 언제든 추가로 나타날 수 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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