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의생명과학연구소장
노화과학은 단순한 수명연장에 그치지 않고 사회활동은 물론 경제활동을 정상적으로 수행하는 `건강한 노년`을 추구한다. 그렇다면 건강한 노년을 위해 과학자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젊은이처럼 맑은 정신과 강한 힘을 유지케 하는 이른바 `회춘(rejuvenation) 과학`이 필요하다.
노인성질환은 잘 알려져 있듯이 치매와 같은 뇌신경계, 동맥경화 등 순환계, 골다공증과 같은 근골격계, 당뇨 등과 같은 대사성 질환 등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들 노인성 질환은 아직도 이렇다 할 치료법을 찾지 못한 실정이다. 단지 증세를 완화하거나 진행을 지연시키는 치료수준에 머물러 있다.
최근 암과 같은 난치성 질환 치료 기술은 매우 빠르게 발달하고 있으나 노인성 질환 치료 기술의 진전은 더디기만 하다. 이들 노인성 질환을 질환 자체로만 해석하려하는 데서 빚어지는 문제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왜 노화가 이런 질병을 동반하는 지에 대한 원인기전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요즘 각양각색의 건강기능식품 광고에 노출된다. 그야말로 건강기능식품 전성 시대다. 국가에서 주도하는 노화 관련 연구개발 사업마저도 건강기능 식품과 외모를 가꾸는 화장품 개발에 치중되어 있다. 노인 인지와 활동성을 보장해주는 핵심적인 분야가 오히려 도외시 되지 않나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보다 근본적인 생물학적 노화 원리를 파악하고 이를 컨트롤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의학, 공학과 접목시켜야 만이 다양한 노인성질환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고령화 시대를 맞아 시장 잠재성을 볼 때 노화과학기술은 가까운 미래의 블루오션이다. 따라서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노화과학기술의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해 과감한 선투자가 필요하다. 다행히 현 정부는 고령친화산업 및 항노화산업을 국정과제로 선정하였고, 미래창조과학부도 보건복지부는 함께 `건강노화`를 위한 중장기 연구개발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진국과 비교해서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다행스런 일아 아닐 수 없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정부출연기관 최초로 지난 2008년 노화과학센터을 설립한 뒤 현재 50여명의 연구자가 근육노화와 신경단백질노화에 초점을 두고 국내 리딩그룹으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특히 근육노화는 장차 그 시장성 측면에서 골다공증 시장규모를 훨씬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는 매우 주시할만한 분야이다. 이제 노화과학기술에 대한 R&D 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국가적 차원의 관심과 전략적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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