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에 빽빽하게 들어선 나무 덕분에 피톤치드향이 분사된다. 계단을 걸어 오르내리면 숲을 중심으로 새소리와 바람소리가 들려온다. 바쁜 발걸음의 보행자가 걸음을 멈춰 주위를 둘러본다. 마치 휴양림 속 삼림욕하듯 잠깐이나마 심리적인 편안함 조차 느낀다.
하루 평균 40만명의 유동인구를 가진 서울의 주요 교통요지이자 상권지역인 왕십리역 역사 앞에 계단 숲이 조성됐다. `무병장수의 길` 캠페인을 진행 중인 삼성화재는 바쁜 일상 속 이용자에게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대신 숲 속을 산책하라는 마음으로 계단 숲을 조성했다고 밝혔다.
고객에게 생활 속 작은 실천과 준비로도 충분히 유병장수 시대를 든든하게 대비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실제 삼성화재는 왕십리역에 약 100여 그루 나무를 심었다. 100% 국내산 편백나무에서 추출한 피톤치드가 도심 속 지하철에서 유해 세균을 저하시켜준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보행자에게 실제 교외 산림욕을 하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광고업계에선 옥외공간을 활용해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가는 이른바 `공간 마케팅`이 화두가 되고 있다. 소비자 라이프스타일 공간 특성을 잘 활용해 브랜드나 제품 메시지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미디어 크리에이티브`라고 불린다. 삼성화재의 `무병장수의 길`을 제작한 김종영 옴니파트너스 과장은 “쇼핑몰, 영화관, 교통시설 등 인구 밀집 지역에 설치된 매체에 광고를 집행하려는 기업은 많지만 공간 특성을 이해하고 고객 지향적인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공간 미디어 경험은 전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