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발전시대의 명암
“처음 사업을 추진할 때만 하더라도 상당한 수익원이 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지금은 과연 캐시 카우의 역할을 제대로 해줄지 조차 의문입니다.”
5·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발전소 건설을 확정 받은 민간기업들이 점점 어려워지는 투자비 회수 여건에 난감해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민간기업 석탄화력발전소의 수익에 일정 조정계수를 적용한다는 방침은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이후로 계속해서 터져 나오는 전력거래 제도의 변화는 당초 사업 추진 시 예측했던 수익전망을 흐리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발전사 관계자는 “기업 수익이 시장상황과 타 사업자와의 경쟁이 아닌 정부의 정책의지와 갑작스런 제도변화에 더 크게 휘둘리는 점은 민간기업 입장에서 상당한 부담”이라고 말했다.
민간발전 업계의 주장처럼 전력가격은 경쟁이 도입된 만큼 시장원칙에 의해 정해져야 한다. 문제는 국내 전력사정이 시장원칙을 운운할 정도로 여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특히 여름과 겨울은 전력부족이 심해 발전원가가 싸건 비싸건 모든 발전소가 가동하고 이를 한전이 전량 사들이고 있다 보니 제대로 된 시장경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진입시키기는 했지만 절대적인 공급부족으로 경쟁도입에 따른 가격인하 효과는 나타나지 않는 셈이다.
전력이 대체재가 없는 생활필수재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전력은 일반제품과 달리 공급여하에 따라 사회안전망 존폐가 갈리는 성격이 강하다. 그만큼 민간기업이라 해도 안정적인 전력공급에 대한 책임이 무겁다. 이러한 부분을 보완해주는 것이 제도다. 실제로 전력거래 제도 중에는 일정 규모 이상의 설비를 갖춘 발전사업자는 전력거래소의 급전지시가 있을 시 반드시 발전소를 가동해야 하는 의무조항 등이 있다.
학계에서는 전력거래제도와 민간기업의 불협화음을 풀기위한 실마리로 전기요금 현실화와 단계적인 판매시장 경쟁도입을 지적하고 있다. 아랫골에서 요금이상 요인이 막히니 윗골에서 계속 지출비용 내역을 삭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단계적인 판매부문 경쟁 도입은 발전사들이 일반 사업장과 전력공급 계약을 체결해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하게 한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판매부문 역시 전기요금 현실화가 선결되어야 한다.
민간발전 업계는 전기요금 현실화에 대해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 지난 2년간의 전기요금 인상도 9·15 순환정전에 의한 극적인 인상이었다는 분석이다. 전기요금 인상은 계속 정부가 억누를 만큼 변화의 시도가 이루어질 수 있는 곳은 여전히 거래제도라는 게 이들의 전망이다.
민간발전 업계 관계자는 “제도변경 자체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민간발전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는 점이 문제”라며 “필요하면 제도를 바꾸는 것이 맞지만, 그에 대한 충분한 사전 공감대가 형성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