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시월드와 미래부

추석 명절을 전후로 `시월드`라는 말이 회자되곤 한다. 시월드는 시어머니, 시아버지, 시누이처럼 `시(媤)`자가 들어가는 사람의 세상, 즉 `시댁`을 지칭하는 신조어다.

며느리에게 시월드는 힘겨움의 대상이자 스트레스의 근원이다. 오죽하면 `시월드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등장했을까. 그나마 며느리에게 시월드는 한 곳에 불과하다. 듣든 말든 시월드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 남편도 존재한다.

요즘 미래창조과학부가 처한 안팎의 사정을 감안하면 시월드로부터 스트레스를 받는 며느리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미래부는 며느리와 달리 시월드가 한두 곳이 아니다. 청와대와 국회는 물론이고 기획재정부, 안전행정부 등 관계 부처가 시월드나 다름없다.

법률과 예산, 조직 등을 좌지우지하는 이들은 분명 시월드 이상이면 이상이지, 그 이하는 아니다. 미래부에 호의적이지 않은 언론은 시월드 축에도 못 낄 정도다.

미래부가 출범 이후 야심차게 추진한 입법 과제는 여야의 정쟁으로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미래부를 포함해 주요 부처에 올해 사업 예산 집행을 중지하라고 지시했다. 예정된 지출을 줄이자니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내년 예산 확보도 수월하지 않다는 게 미래부 하소연이다. 미래부의 새로운 조직 체계와 인사에 대한 안전부의 반응도 신통치 않다.

이뿐만 아니다. 정부와 여당은 미래부 의지와 상관없이 미래부를 세종시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과천 이주 이후 1년도 안 돼 옮겨야 하는 만큼 세종시 이전으로 인한 불편함은 차치하더라도 미래부 사기 저하는 예상보다 심각하다.

어느 하나 만만치 않은 시월드를 상대해야 하는 미래부로선 속수무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 시월드는 이구동성으로 미래부에 옥동자(창조경제)를 낳아서 제 역할을 해내라고 주문만 늘어놓는 형국이다. 조직도 제대로 붙여주지 못하면서, 예산도 제대로 지원해주지 못하면서 윽박만 내지르는 꼴이다. 며느리보다 못한 미래부라는 자조 섞인 한숨이 나오는 이유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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