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와 정제마진 약세 요인으로 수익 악화에 빠진 정유사가 생존경쟁 모드에 돌입했다. 수익성이 적은 사업은 규모를 줄이거나 아예 발을 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3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공공기관 차량용 유류 공동구매 입찰`이 지난달부터 네 차례 진행됐지만 정유사가 정부의 예가보다 높은 가격을 써 내 유찰됐다.
이는 지난 3월 알뜰주유소 유류공급사 입찰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알뜰주유소 유류공급사 입찰 시에는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가 공격적으로 나서 사업권을 따내는 등 경쟁이 치열했는데 하반기 진행된 공공기관 유류 공동구매는 다들 손을 내젓고 있다.
정유업계는 이 같은 분위기의 원인으로 2분기 실적 부진에 이어 3분기에도 실적 회복이 더디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3분기에도 정제마진 약세와 파라자일렌(PX) 등 석유화학 부문 수익성이 낮은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지난 7월 원유 톤당 11달러 내외를 유지하던 정제마진이 8월 이후 6달러까지 떨어진 채 한 달이 넘게 이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정유사의 평년 정제마진은 톤당 8~9달러 수준이다.
석유화학 부문 대표 제품 PX는 3분기 들어 톤당 200달러 수준의 낮은 마진을 유지하고 있다. 연초 300달러 수준에서 약 50%의 마진이 축소된 상황이다.
수익 개선이 더뎌지자 정유사는 수익 축소를 막고자 생존경쟁 모드에 돌입했다. 수익이 낮은 주유소를 정리하고 형편이 어려운 직영주유소를 대량으로 시장에 내놨다. 중심 상권에서 멀어졌거나 경영 상태가 지속적으로 부진한 곳을 정리해 손실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일부 정유사는 `주유소 합리화` 정책으로 희망퇴직자를 모집하기도 했다.
정유사는 이와 같은 개념으로 정부의 공공기관 공동구매 사업 역시 적정한 수익이 보장되지 않으면 참여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내수 점유율 유지나 국책사업 참여 등 보이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수익을 더 낼 수 있는 합리적 경영을 선호하는 추세”라며 “글로벌 경기침체 지속과 정유사업 수익 악화 상황이 유지되고 있어 이를 견뎌낼 생존경영 정책을 구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