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도 CG의 마법을 거치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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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FX 디자이너가 영화 관상 CG 작업을 하고 있다.

`아무것도 없는 초록색 벽이 곧 구중심처의 궁궐로 변한다. 서른명 남짓한 배우들이 곧 수백명의 조선시대 사람들로 변해 북적거린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초록색 벽을 바라보던 영화배우 송강호가 강풍이 부는 모래사막 속에서 길을 잃은 채 허우적거린다.`

추석 극장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관상`의 컴퓨터그래픽(CG) 작업을 맡은 디지털아이디어 스튜디오. 시각효과(VFX, Visual Effects) 아티스트의 손을 거치자 모니터 속 휑한 영상이 완벽한 조선시대물로 다시 태어났다. 민속촌이 아닌 최첨단 현대 시설에서 조선시대를 완벽히 구현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마법 같은 컴퓨터그래픽 덕분이다. 영화 관상의 흥행에는 배우와 더불어 조선시대 배경을 생생하게 구현한 시각효과 아티스트 50여명의 땀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아티스트들은 올해 초부터 관상 작업에 4개월 동안 매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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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FX 디자이너가 영화 관상 CG 작업을 하고 있다.

작업은 단순하지 않다. 총 8단계를 거쳐야 한 장면이 만들어진다. 우선 사전 시각화 과정이 필요하다. 시나리오를 받은 뒤 현실에서 찍지 못할 장면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다. 정고은 프로듀서는 “촬영하기 전 시각효과 프로듀서들이 대략적인 3D 애니메이션으로 장면을 만드는 것이 사전 시각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로는 촬영한 장면을 3D로 구현하는 매치 무브(match move)단계가 필요하다. 영화감독이 찍어온 화면을 다시 3D카메라로 잡는 것이다. 시각효과 아티스트들은 촬영 영상의 실제 카메라 위치에 3D 카메라를 놓는다. 배경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면 이 단계에서 `디지털 배경` 과정이 필요하다. 영화 관상과 같이 조선시대가 배경이라면 디지털 배경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아무것도 없는 스크린에 다른 곳에서 찍어온 궁의 모습을 넣거나 그래픽으로 궁을 만들어 그린다. 관상에서 나오는 궁궐 대부분은 디지털 배경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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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배경` 작업 전후의 영화 관상 속 궁. 왼쪽은 완성된 영화 속 장면, 실제 촬영 장면은 오른쪽 화면이다.

그 뒤 2D 장면을 3D장면으로 만드는 모델링 과정을 거친다. 만약 가상의 동물이나 사람이 필요하다면 생명체가 움직일 수 있도록 뼈대를 만드는 `리깅` 과정을 거쳐야 한다. 예를 들어 트랜스포머의 로봇의 변신을 위해 로봇의 뼈대를 만드는 과정이다. 이후 가상의 생명체가 움직일 수 있는 애니메이션과 랜더링 과정이 필요하다. 모래폭풍이나 불과 같은 요소가 들어가야 한다면 FX 과정이 요구된다. 영화 관상 시작 부분에 부는 눈보라와 송강호가 모래사막을 헤매는 모래바람 영상 모두 FX덕분이다.

정고은 디지털아이디어 프로듀서는 “판타지 영화 뿐 아니라 우리가 보는 대부분의 영화에 CG가 필요하다”며 “특히 역사물에선 수백년 전의 환경과 인물묘사에 CG가 필수적으로 들어가야만 하고, 영화 관상이 시대와 상관없이 스토리에 맞게 생생하게 보이도록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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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배경 과정을 거친 궁의 모습.원래는 오른쪽 초록 벽만을 촬영했으나 CG를 통해 구중심처의 궁으로 변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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