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수 칼럼]한가위에 모여 퇴출 걱정하는 `IT 베이비부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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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은퇴가 사회적 관심사다. 이들과 사회가 원하는 은퇴 시점 차이가 무려 12년이다. 베이비부머는 65세부터 인생 2막을 열고자 하는데(서울시 조사) 실제 평균 은퇴 연령이 53세(통계청 조사)다.

부모 봉양과 자녀 양육 부담을 벗어나지 못한 이들이다. 이들이 자칫 노인 빈곤층만 더 두껍게 해 사회적 비용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키울 판이다. 정부가 베이비부머 대책을 고민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힘들다. 노는 젊은 친구가 넘쳐나니 나이든 사람을 찾는 곳이 없다. 재취업 대신에 자기 사업을 하면 불황에다 경험까지 부족하니 성공 가능성이 더 떨어진다.

미래가 더욱 불투명한 베이비부머가 있다. 전통적인 베이비부머보다 연령층이 더 낮고 넓다. 195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전반 출생자다. `IT 밥`을 먹은 이른바 `IT 베이비부머`다.

50세 전후인 1세대 IT 베이비부머는 성인이 돼 이 분야에 들어선 이들이다. 40세 전후인 2세대는 초등학생 때 컴퓨터 학원에서 프로그래밍까지 익힌 진짜 IT 베이비부머다. 1세대는 물론이고 2세대마저 벌써 퇴출 압박에 시달린다.

기업 경영자는 그나마 낫다. IT 시장이 예전 같지 않다 해도 최소한 먹고살 만한 발판이 있다. IT기업, 특히 중소 IT기업에 일을 하는 베이비부머의 앞길은 막막하다. 마흔 살 넘은 개발자라면 이미 퇴물 취급을 받은 지 오래다.

IT 베이비부머는 전통 베이비부머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식수준이 높고, 생각도 열린 편이다. 무엇보다 중산층에 가까이 가 있다. 이들이 계속 일을 하는 것은 국가 경쟁력과 사회 안정에 큰 도움이 된다.

좋은 방법은 IT 시장을 계속 키우는 것이다. 그런데 그 성장 속도가 이미 둔화됐다. 내리막인 분야도 있다. 이를 대체할 IT 융합 시장 성장도 기대만큼 빠르지 않다. 창조경제가 제 속도를 내려면 더 기다려야 한다.

현실적인 대책은 IT 베이비부머를 다방면으로 활용하는 전략이다. 신규 시장 창출에도 도움이 된다. 이들이 필요한 곳을 찾아 연결해줘야 한다. 다른 IT업종이라면 융합 시너지, 제조업과 같은 전통 산업이라면 IT 활용 생산성 제고와 같은 일에 제격이다.

정부 베이비부머 재교육 프로그램을 보면 IT가 빠지지 않는다. 정말 쓸데없는 짓이다. 퇴출을 앞둔 IT 베이비부머가 수두룩한데 단순 IT 교육이 재취업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있는 IT 베이비부머 쓰임새부터 찾을 일이다.

세계도 봐야 한다. IT기업 수출 확대를 뜻하는 게 아니다. IT 베이비부머가 외국, 특히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에서 할 일이 많다. 정부 부담으로 외국 정부 IT 자문관으로 대거 파견하는 방법도 있다. 재취업과 IT외교 활성화 모두 얻을 수 있다.

IT 베이비부머 창업도 대안이다. 좋지만 현실이 녹록지 않다. 생태계 정점에 선 대기업이 바뀌지 않으면 헛된 실패만 예고한다. IT 중소 벤처기업에 맡긴 일감에 제값을 주거나 인수하는 대기업이 여전히 드물다. 정부 규제에 앞서 대기업이 인식을 바꿔야 한다. 직접 고용 부담을 덜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차원에서 생태계 조성을 봐야 한다.

IT 베이비 부머 인구는 전통 베이비부머와 달리 해마다 는다. 머지않아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전반 출생자도 이 대열에 합류한다. 이들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우리 IT산업뿐만 아니라 국가경쟁력도 달라질 것이다. IT 산업에 종사하는 부모와 자녀가 한가위에 모여 미래 설계가 아닌, 퇴출 걱정만 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IT강국이 아니다. 미래 희망도 없다.


신화수 논설실장 hssh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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